생각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 : 애빌린 패러독스
제리 B. 하비 지음, 이수옥 옮김, 황상민 감수 / 엘도라도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게 되는데, 적당히 술자리가 끝나길 원했지만 누군가 “한잔 더 해야지?”라고 바람을 잡고 2차, 3차로 이어진다. 그리고는 다음날 후회한다. 게다가 바람 잡은 그 누군가가 다음날 충혈된 눈으로 “아, 어제 누가 더 마시자고 그랬어?”라고 되묻는 이런 일 한번쯤은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조직사회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일을 전체 회의에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회의에서는 모두가 동의했다고 해도 나중에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찬성표를 던져놓고도 오리발을 내미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과학 교수로 오랫동안 미국의 유수 기업은 물론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해왔으며,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경영과학 이론을 흥미진진한 이야기 경영학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 제리 하비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대세에 묻어가는 개인의 심리현상을 철저히 파헤치고, 조직을 파멸시키는 이 암묵적 동의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다. 조직에서 ‘사육’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통해 ‘성장’하려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회의에서는 모두 동의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은, 이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기본적인 이유를 '조직의 힘'이나 ‘조직의 압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엉뚱한 합의로 인해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엉뚱한 결과가 나와도 어쨌거나 합의와 집단의 동조가 있었으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를 문제를 파악하거나 인식하는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이 자신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조직생활에서 ‘애빌린 패러독스’는 치명적 독약이 될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대 전담팀’을 두고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모처럼 아내와 처가를 방문했다. 그런데 갑자기 장인이 “우리 애빌린에 가서 외식이나 할까”라고 제안했고 아내는 “괜찮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저자는 “장모님이 가시면”이라고 했고 장모 역시 찬성했다. 그러나 날은 더웠고 음식까지 별로여서 하루를 망치고 말았다. 집에 돌아오자 모두들 남 탓을 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런 문제가 조직의 흥망이 걸릴 정도의 중요한 문제에서도 발생하며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아 발생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상사나 동료, 조직의 눈치를 보는 ‘애빌린 패러독스’가 얼마나 비생산적이며, 때로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은 혹시라도 내가 속한 조직이 ‘애빌린 패러독스’에 걸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해주며, 동시에 조직이 ‘합의관리’의 실패에서 벗어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낄낄 웃게 되지만 이내 씁쓸해지고 만다. 이 책에 있는 다양한 사례들이 바로 현실이기 때문이다. 조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명한 답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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