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묻는다 역사가 답한다 - 위대한 역사가 일러주는 천하 경영으로의 길
김동욱 지음 / 알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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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역사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나 사실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구성됐을 때 의미를 지닌다. 현재적 관점에서 과거를 통찰하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시대적 좌표를 설정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역사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는 뜻깊은 일이다.

 

노동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포드주의의 선구자 헨리 포드는 “역사는 헛소리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짓이다.”라고 말했다. 경제사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 역사의 가치를 혹평한 것은 아이러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경영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포드의 단언과는 달리 역사에서 현실의 해답을 찾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나 역시 역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지금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에도 빠듯한데 과거가 왜 중요하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역사드라마를 즐겨 보면서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서양사를 전공한 사학도이자 현직 경제일간지 기자인 저자 김동욱은 비즈니스현장을 취재하며 수많은 문제들과 마주쳤다고 고백한다. 그 문제들은 하루, 이틀 사이에 생겨난 것들이 아니라, 오랫동안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비즈니스의 해묵은 과제들이었다. 해법을 찾아가던 그는 마침내 자신이 오래도록 천착해왔던 역사공부를 통해 그 실마리를 발견하고역사의 다양한 사례에서 CEO의 다양한 행동 지침들을 추론해 나간다. 책을 읽다 보면 역사란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끊임없이 반복되며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른바 ‘살아 있는 스승’이라는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의 본성과 조직의 원리를 엿볼 수 있는 동서고금의 역사 속 사례들과 현대의 경영 트렌드를 접목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기회, 도전, 기술 개발, 리더십, 도약 등 다섯 개의 장은 하나의 조직(기업)이 걸어가는 과정이자 성공을 위한 요소들이다. 소소한 얘기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에 실린 ‘케이스 스터디’를 보면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롯데백화점이 베이징 진출 4년 만에 실적 부진으로 손을 뗐고 여러 중소기업들도 중국 지방 정부의 토지 임대계약 파기, 중국인 직원들의 한국인 간부 폭행 등의 돌발 상황으로 고민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중국의 문화를 하나의 변수로 받아들이고 대비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말한다. “중국은 한때 수천 년간 노인존중문화가 극단적인 형태까지 이어지면서 죽은 자들을 위한 국가가 되다시피 했다. 20세기 중반 문화대혁명 시절에는 과거를 모두 부정하면서 반대의 극단으로 치달아 사회가 수십 년쯤 후퇴하고 말았다.”(p.71)

 

저자는 이 밖에도 결혼을 통해 세력을 키운 ‘혼테크’ 전략의 합스부르크 왕가, 파격적인 노예 해방 이벤트로 사람들의 사고를 바꾼 ‘게임 체인저’ 스파르타쿠스, 참새 대학살을 지시하는 등 말년에 황당한 리더십을 보여준 마오쩌둥 등의 사례를 통해 경영 교훈을 찾는다. 이 책이 과거 역사를 제대로 조명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되리라 믿으며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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