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를 읽다 - 마광수 인생론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연세대학교의 3대 명물로 손꼽히는 마광수 교수는 1989년 에세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발표하고 프로필 글귀처럼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죽어도 나잇값을 못하고 마음만은 언제나 ‘야한 상태’로 있겠다며 우리 사회에 문화적 충격을 던진 괴짜 시인이자 소설가요, 문화운동가, 대학 교수이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인생, 사랑, 결혼, 우정, 종교, 행복, 일과 놀이, 정치, 경쟁, 죽음이라는 10가지 화두를 던지면서 생각의 반전을 제시하는 이 책은 과연 인생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지, 또 우리가 찾아야 할 ‘삶의 묘미’는 무엇인지 등 방황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질문에 저자만의 답변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준다. 특히 “험난한 인생살이에 가장 재미있는 놀이는 ‘변태적(개성적) 섹스’이다”라고 말하는 마광수식 조언이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실렸다. 일반적으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육체적 쾌락보다 정신적 쾌락을 더 중요하게 보았다.

 

이 책은 머리말 대신에 ‘헤어지면 그리웁고/만나보면 시들하고//행복을 바라면 불행이 오고/불행에 체념하면 행복이 오고//좋다할 땐 뿌리치고/싫다하면 달려들고//돈을 벌려면 안 벌리고/돈에 미련을 버리면 돈이 벌리고//희망에 목매달면 절망이 오고//그녀를 포기하면 그녀가 오고/그녀와 살다보면 권태가 오고’로 시작되는 ‘삶의 묘미’라는 서시를 넣었다.

 

이 서시처럼 인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대상이다. 청춘은 인생의 실체를 알고 싶어하지만 진정한 멘토를 찾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모두들 달콤한 말로 아픈 청춘을 위로하기 바쁘지만 청춘들에겐 달콤한 거짓말보다는 들었을 때에는 아프지만 삶의 진실을 폭로하는 솔직한 멘토가 필요하다.

 

12월 대선을 앞둔 지금 ‘정치를 읽다’란 부분에서 그는 쓴 소리를 내뱉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선거 때가 되면 으레 시사 잡지마다 용한 역술가들의 예언이 등장한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려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면 되기 어렵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정치는 정치가가 아니라 ‘점치’다.”(p.153)라고 하면서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 사람이기 때문에 예리한 정치적 안목을 갖고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는 ‘쾌락 추구’가 그 본질이라고 단정 지으며 지배계급에 대한 적의(敵意)는 쾌락에 대한 선망일 뿐이라는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이 책의 ‘경쟁을 읽다’에서 “인생의 경쟁에는 ‘새옹지마’ 케이스도 있고, 1등보다 2등이 더 좋을 수도 있고, 또 어느 날 갑자기 등수가 역전될 수도 있다는 얘길 하기 위해서였다. 또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어차피 ‘경쟁’을 도저히 피해갈 수 없다는 뜻으로도 해본 이야기였다. 여러 경쟁을 겪으며 인생의 종반 문턱에 다다른 나로서 젊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를 단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런 것이 될 것이다. “기다려라, 그리고 마음을 비워라!”(p.170)고 조언한다.

 

멘토는 인생에서 중요한 존재이고, 내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존재이다. 그는 새콤달콤한 사탕발림식 멘토가 아니라, 삶의 맨살을 찢는 충격을 주더라도 현상 너머 실체로 솔직하게 안내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멘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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