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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때론 사표 내고 싶다 -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
문현아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 엄마들은 고달프다. 아이를 누구보다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1인 다역의 ‘수퍼맘’을 원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엄마들은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남편들이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엄마는 끼니때에 맞춰 식탁을 차려야 하고 남편과 아이의 스트레스를 받아낸다. 치솟는 물가와 사교육비에 가계에도 재정적 이바지를 해야 한다. 남편이 고소득군이 아닌 이상 부업을 뛰어야 한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가족연구가이며,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저자 문현아씨가 “엄마는 가장 쉬운 희생양”이라며 엄마를 다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젠 엄마들도 ‘엄마’라는 역할에 사표를 던지고 싶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교육문제 조장에 엄마들의 불안감이 한몫하긴 했지만 그들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초·중·고등학교의 자녀를 둔 30~40대 엄마 21명의 목소리를 책 속에 담았다. 결혼 12년차의 그는 아직 자녀계획이 없다. 지난 9월 5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대입까지 무상교육이 실시되기 전까진 스스로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 책은 더 좋은 엄마가 되라고 조언하지도 않고, 강남엄마가 되려고 안간힘 쓰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엄마노릇이 제일 ‘더럽고’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도 아이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평범한 엄마들의 솔직한 일상과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엄마가 아닌 온전한 나’의 삶을 꿈꾸는 엄마들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책의 제목처럼 엄마들이 ‘사표’를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걸, 엄마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듣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외면했다. 이 책은 이런 현실에 대한 진단에 동의를 구하면서, 엄마들이 힘들다는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본 적이 있는지, 엄마들의 현실에 놓인 힘겨움과 ‘미쳐서 돌아버리겠는’ 위기감이 어떤 것인지 차분하게 듣는다.
저자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엄마의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 엄마의 일생에 있어 가장 큰 무게추는 자녀다. 저자는 “한국의 엄마들에겐 자신만의 인생이 없다”며 “커리어를 갖고 있다가도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아이들을 ‘유모’에게 맡겨 키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배계층에서는 노비나 유모가 키웠고, 대가족 제도에 기댈 수도 있었다. 근대 핵가족 시대에 접어들면서 아이는 오롯이 ‘엄마’의 몫으로 남겨졌다. 힘들어하다 지친 엄마들이 할 수 있는 건 “더도 덜도 말고, 딱 너 같은 새끼 낳아 키워봐라. 그럼 내 맘 알거다.”라고 쏘아붙이는 것 뿐이다.
엄마들은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힘든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엄마들의 하소연은 아이가 태어나 엄마가 되는 그 순간부터 시작일 뿐, 끝이 보이지 않는 경주와도 같다. 이 책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많은 ‘엄마되기 경험’에 대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을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