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 ‘가카 빅엿’ 양심 판사, 사법개혁의 꿈을 안고 소통하다
서기호.김용국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2012년 12월 7일,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법관의 체신에 어울릴 수 없는 천한 말들을 쏟아냈다.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 푸하하”

 

서기호 판사가 쓴 이 글로 인해 박삼봉 서울 북부지법원장은 서기호 판사를 불러 우려를 표시하고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충고했다. 하지만 서기호 판사는 트위터에서 “기사(보고) 놀라신 분들께... 우려 표명은 맞지만 구두경고는 오보임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책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서기호 판사와 김용국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직접 만나거나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진 긴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서기호라는 한 평범한 청년이 판사의 길로 들어선 뒤, 법원을 바꾸려고 노력하다가 ‘가카빅엿’을 날린 덕분에 재임용에 탈락해 법복을 벗고 법원을 나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기호 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 공간에 남긴 글을 판사 직분과 연결시켜 공적 영역으로 끄집어낸 <조선일보>에게 제대로 ‘빅엿을 먹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판사는 다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막중한 권한을 갖는 만큼 어떤 직업인보다 재판정 안과 밖의 처신에 신중해야 한다.

 

서기호 판사는 최은배, 이정렬, 김하늘 판사와 더불어 한미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념판사’라는 호칭을 얻는다. 그리고 트위터 등 SNS를 적극 이용해 국민과 소통하면서 급기야 ‘서기호 어록’까지 탄생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사진 한 장이 매우 인상적이다. 서기호 판사가 시쳇말로 법원에서 잘린 날, 시민들이 모여서 그에게 ‘법法’자 대신 ‘정正’자가 새겨진 국민법복을 입혀준 사진이다.(p.129)

 

국민법복을 입은 서기호 판사는 “신뢰받는 법원, 사법부의 개혁’이라는 주제로 많은 분들과 함께 얘기 나누고 싶거든요. 다행히 반응도 좋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는 것은 서기호라는 사람을 영웅시해서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관료 시스템을 깨는 것인데, 이건 국민과 함께해야 하거든요. 제가 10년간 법복을 입다가 강제로 벗게 됐지만 이제는 더 멋있는 국민법복을 입었기 때문에 훨씬 든든합니다.”라고 말했다.

 

서기호 전 판사는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은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 어렵게 쓴 이론서가 아니라, 법률비전문가인 99퍼센트의 국민에게 편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소통의 관점에서 기획되었다.”고 하면서 “부끄럽지만 어린 시절 이야기도 일부 포함했다. 이를 통해 ‘가카 빅엿’, 재임용 탈락 등의 사건들이 한때의 치기나 유명세에 기댄 것이 아님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이라고 하면 이 책이 진보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지지를 받지만, 보수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실천은 없이 말만 번지러하게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