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 자연학자 이브 파칼레의 생명에 관한 철학 에세이
이브 파칼레 지음, 이세진 옮김 / 해나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태초”라는 말은 성경에 나온다. 성경 창세기 1장 1절에 보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고 기록돼 있다. 창조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학에서 근본적인 개념이다. 창조의 인식은 신앙의 믿음 안에서 생겨난다.

 

이 책은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는 제목에다가 부제는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이 있었다.”고 돼있다.

 

이 책의 저자가 주목한 것은 창조론 대신 과학이다. 물리학, 천체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은 가장 골치 아픈 물음들에 대해 나름의 대답을 찾았고, 또한 새롭게 등장한 물음들에 대해 대답을 찾는 중이다. 현재 우주의 기원을 ‘창조주’라는 해법으로 풀지 않는다면, 우리 인간이 그 다음으로 받아들 수 있는 가설은 빅뱅이론일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무한히 뜨겁고 강력한 에너지의 한 점이 폭발하면서부터 우주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서 물질, 별, 태양, 태양계, 지구, 생명이 등장한다.

 

이 책은 프랑스 출신으로 생태주의자이며, 자연학자인 저자 이브 파칼레가 무신론적, 유물론적 시각으로 우주의 생성 원리를 철학적으로 조명한다. 신(神)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연현상이 우주와 생명을 빚어낸 창조주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빅뱅으로 우주가 생성된 137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세포가 형성된 40억 년 전, 단순 생물이 진화하기 시작한 8억년 전 등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생명의 기원을 찾아나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신은 우주가 140억 년을 지내고 난 후에야 은하수의 한쪽 구석, 태양의 외곽, 지구라는 행성에서 자기 외에는 아무에게도 중요하지 않지만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하는 어느 동물의 머릿속에서 등장했다.”고 하면서 “무한히 뜨겁고 강력한 에너지의 한 점 혹은 한 극에서부터 우주는 잠깐 사이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폭발 과정을 통해 팽창했다. 이것이 바로 빅뱅이다.”(p.37)라고 말한다.

 

과학은 인류의 등장에 대해서 137억 년 전 빅뱅과 함께 우주, 에너지, 물질이 생겼고, 뒤이어 별, 태양, 태양계, 지구가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40억 년 전 리보자임과 핵 없는 세포가 출현했고, 10억 년 전에 핵을 지닌 고등세포, 즉 진핵세포와 성(性)이 출현해 비약적인 생물다양성이 나타났다. 그리고 5억 3000만 년 전 척삭이 있는 척삭동물 계열이 등장한다. 이어 척추동물이 복잡한 갈래를 이루며 진화를 거치다가 지금으로부터 300만 년 전에 ‘호모(Home) 속’이 등장하면서 인류가 출현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물론적 맥락에서 볼 때 우리는 무에서 나왔다. 신도 없고, 악마도 없고, 천사도 없고, 마귀도 없지만 문제가 없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무신론자인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적으로 상충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의 부피가 너무 두껍고 “생명에 관한 철학 에세이”라고 한 대로 내가 이해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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