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언어 - 개정판
제인 정 트렌카 지음, 송재평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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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신문에 입양에 관한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새 대통령 정부의 중소기업·디지털 경제장관으로 임명된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씨의 이야기부터 한 연예인의 입양 고백에 이르기까지 새삼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가운데 ‘해외입양을 보내는 유일한 국가’이다. 국내 입양 비율이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고, 공개 입양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지만, 입양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편협하다.

 

이 책은 1972년 한국에서 태어나자마자 미국 미네소타로 입양되었던 저자 제인 정 트렌카(정경아)가 대학을 졸업한 후 친엄마와 조국을 다시 만나고 또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해나가는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이 책의 뒤 걷 표지에서 문학평론가 이남호씨는 추천사에서 “저자는 작품 속에서 전후 관계의 단서들을 찾아내어 한 가족의 텍스트를 재구성하는 것이 내 임무이다…… 기억과 상상의 새로운 퀄트를 만들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피의 언어>는 그 임무의 성공적 결과이다. 문학의 언어가 결핍과 마음고생으로 단련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며, 문학이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연금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라고 쓰여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어머님의 편지’, ‘꿈꾸는 인형’, ‘가족의 초상’, ‘나의 스토커’, ‘첫 만남’, ‘피의 언어’, ‘상실의 시간’, ‘추방자’, ‘비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보면 ‘어머니의 편지’가 나온다. ‘사랑하는 딸 미자와 경아에게’ 로 시작되는 편지를 읽어보면 가슴이 아파옴을 느낀다. “김포공항에 나갔을 때 경아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내 품에 안겨 있었고, 미자는 곁에서 <고향의 봄>을 불렀지. 너희는 그렇게 한국에서 멀리, 우리 가족을 떠나갔단다. 너희가 내 품을 떠난 뒤에도 미자가 부르던 그 노랫소리는 내내 귓가를 맴돌더구나. 그때 이 엄마는 얼마나 슬프디 슬프던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단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친언니와 함께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경아, 양부모에 의해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을 차단당한 채 살도록 강요받고, 인종차별과 스토커의 살해 위협, 양부모와의 갈등으로 20대 초반에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의 어머니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게 되고, 6년간의 서신교환 끝에 드디어 한국으로 건너와 가족을 만나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병든 한국인 엄마를 만나고 병원에 데려다가 치료를 하면서 보살펴 준다. 그는 비로서 ‘피의 언어’로 말한다. “엄마, 이제 나는 당신의 몸 구석구석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벌거벗은 몸이 나에게는 전혀 충격이 아니었고 당신에게는 창피한 일이 아니었지요. 당신이 엄마로서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난 그제야 처음 알게 되었어요. 내가 당신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요. 내가 당신의 몸과 당신의 심장을 물려받은 딸이라는 것을요. 설령 글로 당신을 되살리는 데 실패하더라도, 내 속에 흐르는 ‘피의 언어’로 나는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해외 입양인들은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이 성장과정에서 겪은 인종차별주의, 상실감, 정신적 충격의 가혹한 경험을 말하지도 못한다고 한다. 우리는 해외 입양의 그늘과 보이지 않는 그들의 상처에 눈을 돌리고 배려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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