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사서삼경과 삼국지, 십팔사략 등 중국고전을 배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한자어로 되어 있어서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 만화 ‘한비자, 법法술術로 세상을 논하다’는 한비자의 다양한 지혜를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만화로 쉽게 풀이해 놓았으므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한겨레신문>에서 만화초대석작가로 활동했으며, (사)한국만화가협회 이사로서 만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세한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조득필 교수가 <한비자>에는 정치를 통해 배우고, 느끼고, 깨달아야 할 교훈들이 너무도 많이 담겨 있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역사나 이야기를 통해 보고 들어왔던, 그러나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의 가치를 현재의 삶 속에서 재창조하여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그림과 더불어 기록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강적을 제거할 수 있는지, 왜 우리는 욕심을 다스려야 하는지 등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철학과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마지막에 있는 <한비의 출생과 사상> 부분에서 많은 유익을 얻었는데 한비는 기원전 3세기 초에 한나라 왕 안(安)의 아들로 태어났고, 모친의 신분이 낮아서 왕족으로서 충분히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대표적인 학자였던 순자(荀子)가 있는 나라로 유학을 가서 부국강병을 위한 독자적인 학문을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학문은 완성하였으나 실제 정치에 적용하려면 한비 자신이 왕에게 인정을 받아 그 뜻을 펼쳐야 했지만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면 이 한비자의 저서 중 <고분>과 <오두>를 우연히 진시황이 보게 되어 ‘이 책이야말로 내가 기다리던 것이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다’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이때 이사가 진시황에게 ‘한비를 얻고 싶으면 한나라를 공격하라, 그러면 반드시 한비를 사신으로 보내올 것이다’고 건의하자 예상대로 한나라는 한비를 사신으로 보내 화친을 빌었습니다. 이때 한비는 진시황을 움직여 위험에 빠진 한나라를 구할 기회를 보고 있었습니다. 한비자는 전국시대 말기에 태어나 조국의 멸망을 바로 눈앞에 두고 죽어간 사상가로서, 중앙집권적 봉건 전제정치체제의 확립을 위해 ‘형명(刑名)’과 ‘법술(法術)’이론을 집대성한 자입니다.
한비자가 보기에 세상은 인의나 도덕, 혹은 예 같은 이상적인 담론으로 구원될 무엇이 아니었다. 세상은 너무나 혼탁했으며, 인간이란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습니다. 사상은 무엇보다도 실제적이고 유용해야 했습니다. 한비자는 심한 말더듬이였다고 전해지지만 한비자의 고백에 따르면, 그는 말을 못하는 사람이었다기보다는 스스로 말을 아꼈던 사람처럼 보입니다.
“저에게 말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기를 꺼려 망설이는 까닭은 다음에 있습니다.” 한비자는 유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의 글은 보는 이를 감탄케 하는 간명하고 통쾌한 논리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한비가 주장한 법(法)과 술(術)은 인간 내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이기적인 사고를 극복하여, 나라의 해를 없애고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원칙입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고전을 더욱 가까이 하는 기회가 되었고, 고전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