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에서 온 편지
김용규 지음 / 그책 / 2012년 4월
평점 :
나의 고향은 경상북도 선산의 두멧골 옥관이라는 곳이다. 멀리 앞쪽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뒷산에는 신라 눌지왕 때 세운 <대둔사> 절이 있는 골짜기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이곳은 구미시에서 70리 떨어진 곳이며, 상주와 맞닿아 있는 곳이다. 어렸을 때에는 동네 아이들과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 지게에 지고 날랐고, 소를 몰고 산에 올라가 풀을 뜯어 먹였다. 초등학교에서 소풍을 가도 그저 동네 뒷산에 있는 ‘절’에 가서 법당을 둘러보고 소원을 빌기도 하고, 약수물을 떠 마시기도 하고, 보물찾기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어릴 때는 산의 숲속에서 살았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즈음은 생활이 바쁘다 보니 산에 자주 올라가지는 못하고 가끔 가까이 있는 광교산에 올라가서 약수 물을 퍼마시고 소리를 힘껏 질러보고 내려온다. 요즈음 산에서 암도 고친다는 TV 방송을 본 후 건강을 위해서 산에 다니겠다고 하면서도 얼마나 힘이 드는지 산에 오르는 것이 녹녹하지가 않다. 산을 오르다보면 내가 먼저 출발하는데도 한참 가다가보면 어느새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이 나보다 앞서서 오르게 된다. 나는 지금 도시생활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숲속에 가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한때 서울에서 벤처기업의 CEO를 7년간 수행하다가 이젠 숲과 더불어 지내면서 자연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며 숲 해설가로, 농부로, 숲학교 교장으로 숲길을 거닐며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각각의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연인 저자 김용규가 불안과 슬픔, 좌절과 통증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 숲 밖의 세상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네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편지이다.
이 책은 모두 50개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편지의 문장 하나하나 정성으로 쓰여졌다. 숲과 대화를 나누고 관찰을 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낸 저자의 성찰을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자연이 가르쳐주는 연소원리’에 대해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원리는 작은 것을 태우는 데 성공해야 큰 것을 연소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 원리는 서두름에 있다는 것, 세 번째 원리는 직접 체험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는 아주 미묘한 부분이라고 한다. 네 번째 원리는 아궁이 옆에 ‘부지깽이’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실내에 둔 콩나물시루와 산마늘을 심어놓은 화분은 매일 말을 건넨다”고 하면서 “그들이 물을 달라 속삭일 때는 생명을 살아있게 하는 원천이 욕망임을 배운다”고 말한다. 또한 겨울을 이겨낸 매실나무로부터 추위를 견딜 용기를 배운다. 또한 비료와 농약을 주지 않아도 숲 한 자락에서 당당히 삶을 지켜내는 난초들로부터는 삶이 무수한 관계들의 그물이요, 그 식물들의 은혜로 채워진다는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는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콩나물 값을 아끼기 위해서도 아니고, 또한 아삭하고 신선한 나물을 취하려는 욕심 때문도 아니라 콩나물을 키우는 과정은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는 간단한 농사요, 자기 성찰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숲에서 직접 오감으로 느끼고 체험한 것들을 꾸밈없이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기에 숲 속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새들의 지저귀는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삭막한 도시에서 사는 현대인들에게 참된 쉼과 잔잔한 감동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