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미터 -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임은정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회갑을 막 지난 목사님께서 골수암 말기 환자다. 함께 해외 선교지도 방문하면서 주님의 사랑을 함께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치병 판정을 받고 용인의 ‘샘물 호스피스’로 가셨다. 가족들도 포기했지만 ‘샘물’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뼈를에는 고통으로 잠 못 이루는 밤마다 손잡고 기도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는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샘물 호스피스에 오는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은 말기 환자들. 그 중에서도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외로운 말기 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머무는 기간은 평균 25일.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병세가 호전돼 6개월에서 1년 이상 생명을 연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밤에 환자를 잠들게 하는 것은 수면제나 진통제가 아닙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앨 수 있도록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이지요.”
특히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환자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여 인생의 의미를 발견토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말기암 환자 등 임종 직전에 있는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족들에게는 환자 사후의 삶을 준비시키는 등 이들의 영 혼 육을 돌보는 행위, 이것이 호스피스 사역이다.
이 책은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 도시를 꿈꾸다가 영어교육을 전공했지만 전공을 살리지 않고 작가의 길로 들어선 임은정이 오랫동안 방송작가 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서 글을 쓴 것이다.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1미터>는 다소 무겁고 철학적인 문제인 죽음과 생명을 암환자들의 요양원을 무대로 재치와 유머 그리고 따뜻한 인간관계로 그려낸 소설이다. 행복요양원에는 말기 암환자, 식물인간, 그리고 버려진 개 등 병 때문에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가련한 인생들이 모여 있다. 흉악한 짓 한 적 없는 그들이 가장 참기 힘든 건 질병으로 인한 고통보다 '왜 내가 이런 상황을 맞이해야 하나' 하는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서히 혹은 빠르게 다가오는 죽음과 맞서 싸우며 자신이 살아 있음으로 해서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되고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침대와 침대가 겨우 1미터 거리에 있지만, 서로 손 한 번 잡아볼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의 두 남녀 간에 이루어지는 영혼의 만남은 진정한 사랑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죽을 때까지 욕심과 아집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이지만 서로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 이토록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소설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죽음에 대해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은 다섯 가지 정도 된다고 했다. 첫째는 누구나 죽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순서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미리 경험해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평하게 주어진 죽음의 조건인데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도 달랐다. ‘마지막 저 세상으로 갈 때의 모습은 놀랍도록 이 세상에서 그가 살아간 모습과 닮아 있다’라고 했던가?
작가는 남녀 간의 사랑은 어떤 상황에서도 싹튼다고 하면서 ‘몸은 있으되 움직이지 않고, 생각은 있으되 말을 할 수 없고, 가슴은 있으되 전할 수 없으며, 입은 있으되 사랑한다고 말을 할 수 없고, 눈은 있으되 바라볼 수 없는 그런 사랑’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을 읽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 집착했던 사람은 죽을 때도 그것을 놓지 못해 괴로워하고, 후회스런 삶을 살았던 사람은 마지막까지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한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