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 윤대녕 산문집
윤대녕 지음 / 푸르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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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전도사’ 최윤희 선생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에 며칠간 씁쓸한 가슴을 쥐어뜯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최윤희 선생이 쓴 글에 우리에게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이 있다.

“요즘 모두 다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힘든 것을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한다. 똑같은 소금을 뿌려도 팔팔 살아나는 미역이 있는가 하면 노릇노릇 시들시들 죽어버리는 배추도 있다. 똑같은 바람이 불어도 침몰해 버리는 배가 있고 오히려 쾌속 항진하는 배도 있다. 삶의 벼랑에서 오히려 성공한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먹고 마시며 사는 삶의 현장은 '눈부신 일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고, 만족한 생활을 하려고 하지만 행복은 우리 삶의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 이 책은 20년이 넘게 작품 활동을 해 온 작가 윤대녕이 아름다운 일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문학으로 뜨거운 국과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 어느 날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고 고백하면서 “삶은 끔찍하고도 거룩한 것, 그러나 그 앞에서 굽히지 말고 온몸으로 다시 버틸 것”이라고 적고 있다.

작가 ‘윤대녕’은 날마다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고교 시절에 수많은 작품을 읽으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러 차례 신춘문예에 응모했으나 매번 낙선을 했다. 마침내 스물여덟의 나이에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을 하게 되었다.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작가가 된 자신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보았다고 고백하는 그는 얼마나 기뻤을까!

작가는 우연히 길을 걸어가다가 만난 어느 시인과의 오래된 인연을 소개하면서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마다 매 순간 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며 우연한 만남에도 저 신비롭고 불가해한 우주의 섭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서재를 정리하면서 자신이 소중히 간직해 온 물건들을 종이상자 두 박스 분량으로 버렸다. 오래된 지갑, 다이어리, 관광안내서, 비행기 티켓, 여권, 기념품들, 술병, 우표첩 등으 물건을 버린 뒤 그는 ‘오늘 버려진 것들이 앞으로 나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글을 떠올리며 과거의 시간과 결별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윤대녕의 독서일기’로 그동안 읽어온 책 가운데 스물아홉 권을 선별해 소개 한다. 작가는 이청준ㆍ김승옥ㆍ오정희ㆍ윤흥길ㆍ윤후명ㆍ조세희ㆍ박완서ㆍ최인호 선생 등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벅찬 이들의 작품을 읽으며 쓴 작가의 독서일기는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도움을 준다.

작가는 군생활을 하면서 많은 시집을 읽었다고 한다. 특히 미당, 고은, 황동규, 강은교, 정현종, 김종삼, 마종기, 박용래, 최승자 선생의 시집을 아껴가며 읽었다고 한다. 그는 <은어낚시통신>이라는 소설집에 “나에게도 멀리 있어 소중한 사람이 있다. 그 그리움으로 살아왔다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하여, 그대는 앞으로도 한 천년동안, 그렇게 멀리 내 곁에 있어다오. 밤마다 헛발질 하며 그대에게 달려 갈 테니.”라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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