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보는 신의 선물 - 위대한 바보학자의 위대한 바보예찬
무라카미 카즈오 지음, 이진주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생명과학 분야에서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진정성을 담아 쓴 '바보예찬'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머리 회전이 기가 막히게 잘 돌아가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잽싸며, 손해 보는 짓은 절대로 안 하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목표를 이루는 요령 좋고, 약삭빠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정치인, 사업가, 종교인 할 것 없이 너도나도 그 틈에서 혹시나 뒤질세라 더욱 더 똑똑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들 중에는 마음그릇이 작은 사람이 많다. 두뇌가 명석하고 학력도 높고 지식도 풍부하지만, 한편으로는 묘하게 세상물정에 어둡거나 인간관계가 서툴며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 또 시야가 좁고 지나치게 논리적이어서 유연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대범하지 못해 어려운 일이 생기면 금세 좌절한다. 게다가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만하는 탓에 다른 사람을 함부로 얕보기도 한다. 이런 오만함은 신도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그런가 하면 세상엔 “속도 없는 바보”라는 말을 들으면서 욕심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바보스러워 보일 만큼 정직하고, 지식수준이 낮아도 묵묵히 자기 길을 걸으며, 눈앞에 장애물이 나타나 먼 길을 돌아가게 되더라도 짜증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낙천적인 그들은 허세를 부리는 일 없이 묵묵히 자기 일만 한다. 그래서 시대에 뒤처져 보이고 융통성도 없어보이며 이익에도 어두운 것 같지만, 매사에 초조해하지 않고 욕심에 휘둘리지도 않으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안다. 실없는 말도 곧잘 하는 그들은 때로는 덜렁거리고 막연한 자신감에 차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너무 착해서 다른 사람에게 잘 속아 넘어 가기도 하지만, 머리가 똑똑한 것보다는 마음이 풍요로운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완전 바보군”, “저런 등신을 봤나”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어리석음의 미덕’을 보여준다. 신은 이런 그릇이 큰 우직한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낸다.
티벳의 교주 달라이 라마 14세 또한 ‘적을 사랑하라’를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들을 탄압한 중국에 대해 “우리를 강하게 해준 스승”이라고까지 말했다. 남아프리카의 데스몬드 투투 신부는 흑인으로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의 희생자였지만, 자신을 박해한 백인들을 용서하고 비폭력적이며 평화적인 화해를 동포들에게 호소하여 남아프리카에서는 백인에 대한 보복행위 없이 비폭력 안에서 흑인과 백인이 공존하는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다. 넬슨 만델라도 긴 감옥생활에서 해방돼 새로운 나라의 대통령에 취임하기까지 폭력에 대한 비폭력항쟁을 계속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그것은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한 일들은 눈에 보이진 않아도 돌고 돌아서 결국은 자신의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과 반면에 우리가 자신만을 위해 행하는 일들은 이익을 얻기 위한 최단거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익을 얻었다 한들, 그 이익은 참으로 티끌같이 작고 하찮을 뿐이다. “바보는 신의 소망이며, 생명은 경이로운 것이다.”라고 한 저자의 말을 가슴깊이 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