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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 품은 한국사 두 번째 이야기 ㅣ 지명이 품은 한국사 2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 와서 살고 있는지도 30년이 되었다. 풍덕천동은 마을 앞에 하천이 있어서 이를 풍덕내라 하였는데 하천의 이름을 따서 풍덕천리라 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풍덕내라고 하고 있는데 이를 풀이하면 “덕이 크신 분이 풍덕에서 오신다.”는 뜻인데 포은 정몽주 선생의 묘소를 용인에 모시게 된 기연을 맺어준 지명이라고 한다. 즉 포은 선생이 선죽교에서 이방원이 보낸 자객 조영규에게 피살 된 후 경기도 풍덕군에 일시 평장 되었다가 후에 선생의 고향인 경북 영천으로 천묘코자 하였다. 그 면례(緬禮) 행렬이 수지읍 풍덕래에 이르자 면례행렬 앞에 세웠던 명정(命旌)이 바람에 날려서 지금의 묘소자리인 모현면 능원리 문수산 하단에 떨어졌는데 남쪽으로 길을 떠나고자 하면 행여가 움직이질 않아서 할 수 없이 명정이 떨어진 곳으로 가자는 뜻이라고 하여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행여가 움직였고, 그래서 장사를 모셨기로 용인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이곳에 선생의 유택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풍덕에서 오신다(豊德來)고 하여 우연치 않은 지명대로 충혼의백을 맞이하였지만 1914년 지명 표기작업을 할 때 올래(來)자를 내천(川)자로 바꾸어 풍덕천(豊德川)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또 풍덕천이 물이 깊어 명주 한필이 다 들어갔는데 임진왜란 때 왜적이 풍덩풍덩 빠져죽어 풍덩내(川)라고 하던 것이 풍덕이 되었다는 일설도 있다.
이 책은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지명에 대한 역사적 유래를 담아 급격한 산업화 추세에 따른 도시 개발로 인하여 고유한 지명과 뜻이 인멸되고 있는 때에 자세한 정보와 흥미를 함께 제공하는 책이다. 서울과 경기도는 고려와 조선 왕조를 거치면서 역사의 중심지로서 역사적인 사건과 설화 등이 많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이러한 곳의 지명을 통해서 유물, 유적, 인물 등 지명에 얽힌 한 시대의 역사와 갖가지 풍속이나 생활 습관도 알 수 있다.
부모님이 우리들의 이름을 지을 때 좋은 뜻으로 지어주듯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역과 마을의 이름에도 모두 뜻이 들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이름의 뜻을 알면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지명의 유래를 알게 되었고, 우리 지역의 지명이 품은 역사에 대해서도 폭 넓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이은식 박사가 숨겨지고 잊혀져 가는 역사, 왜곡된 역사에 대해 아타까운 마음으로 반평생 동안 전국을 직접 답사하며 선현들의 묘소와 사료들을 찾아내고 고증한 것을 2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부는 지명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여 지명의 유형과 소재, 발생의 기원과 변천 방식, 지명을 선택한 소재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2부는 지명이 품은 한국사라는 주제 하에 서울 은평구와 동작구, 인천의 강화, 경기의 수원, 성남, 고양, 파주, 하남, 광주, 의왕, 시흥, 강원도 정선, 경상도 대구, 충청도의 일부 지역에 대한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그 곳의 지명의 특성과, 역사적 사건들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울고 넘는 박달재’에 얽힌 이야기와 천안 삼거리의 ‘능수버들에 깃든 능소 부녀의 사연’을 자세히 기록하여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유래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자들에게 꼭 필요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지명에 대해서 자녀들이 질문을 할 때 몇 십 년을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지역의 지명과 역사를 모르면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앞으로 경상도, 전라도를 비롯한 전국의 지명에 품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계속 출간되기를 기대하며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