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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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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취임사에서 “60여 년 전 같았으면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제대로 못했을 아버지를 둔 한 남자가 지금 여러분 앞에 서서 선서를 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말로 과거 인종분리 정책으로 백인들이 가는 레스토랑에 출입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제 미국에 진정한 변화가 왔음을 선포했다. 미국이 인종차별이 없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컬러 오브 워터]의 주인공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은 1921년 폴란드에서 정통파 유대교 랍비의 딸로 태어나 두 살 나던 해 미국으로 이주해온 이민자이자, 아버지의 성적 학대와 노동 착취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인종갈등이 격렬한 시절에 흑인과 두 번 결혼해 열두 명의 자식을 낳은 여인, 루스. 그녀의 이야기는 소설가이자 아들인 제임스 맥브라이드에 의해 [컬러 오브 워터]라는 책으로 출간되어[뉴욕타임스]에서 연속 100주 이상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고, 출간된 지 채 10년이 되기도 전에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되며 화제를 일으켰다.
한 개인의 삶의 고백이 이렇듯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인종 문제에 대한 솔직한 고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종 문제를 넘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과 편견에 당당하게 맞선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성장기까지 버지니아주 ‘서퍽’에서 식료품점을 하던 아버지와 몸이 불편했던 장애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고지식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착하면서 힘없는 어머니 사이에서 가게 일을 돌보면서 10대를 보낸다.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망치듯 집에서 뛰쳐나와 과거와 단절하고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녀에게 이러한 결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내가 살기 위해, 내 나머지가 살기 위해 죽어야” 했던 생존의 문제였다.
얼마 후 그녀는 뉴욕 할렘에서 첫 번째 흑인 남편인 앤드루 맥브라이드를 만나 결혼한다. 그 당시는 “남부에선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를 단지 쳐다본다는 이유로 죽이”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던 시절이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첫 남편 사이에서 8명의 흑인 아이들이 태어난다. 하지만 1957년 갑작스럽게 사랑했던 남편이 암으로 죽은 후 다시 흑인 남성 헌터 조던과 재혼을 하고 그 사이에서 또 다시 4명의 흑인 아이들을 낳는다. 그러나 재혼한 남편 역시 아이들이 어릴 때인 1972년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 후 루스는 홀로 열두 명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유리공장을 다니고, 교회 총무로 일하는 한편, 밤에는 은행의 타이피스트로 밤낮 없이 일하며 자신의 가족을 위해 온갖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평생을 자신의 삶의 철학을 실천한 그녀의 삶을 만나면서 정말 숙연해지는 시간이었다. 루스는 이와 같은 삶의 원칙들을 바탕으로 자식들 모두를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로 길러낸다. 딸 하나와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수시로 ‘힘들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나로서는 부끄럽기만 했다. 한 사람이 이루어낸 평생을 따라가면서, 함께 가슴 아프고 감동하고 배우는 시간이었다. 열두 명이나 되는 자녀들을 험한 세상 풍랑 속에서 훌륭히 키워냈다는 것은 존경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