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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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다. 산골에서 자라면서 4km의 거리를 걸어서 학교를 다니다가 아버지께서 사주신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녔다. 시골산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넘어져 얼굴, 코 다 깨지기도 하고, 때로는 자전거와 함께 언덕으로 굴러떨어지기도 했고, 때로는 친구들을 뒤에 태워서 패달을 힘껏 굴리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그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이 좋았던 기억이 소록소록 살아난다.

[마침내 그리움]은 저자 이종환(중견 문학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 번역가)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근 한달에 걸쳐 전국 방방곡곡의 길을 따라 대한민국 산천을 누비며 겪은 진솔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자전거 여행을 통해 느낀 슬픈 애환과 감동을 진실 된 어투로 그려내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서울-수원-둔포-해미-태안-홍성-보령-부안-흥덕-영광-영암-보성-순천-진주-마산-밀양-경주-포항-울릉도-묵호-주문진-현리-홍천-청평-서울에 이르기까지 비지땀을 흘리며 굽이굽이 돌아 정상에 올랐다.

모든 여행의 기록이 그렇듯이, 이 자전거 여행기 역시 풍경의 기록이다. 그 안에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와 저자가 발견해낸 숨겨진 명소가 그려져 있다. 또한 이 책은 생태학에서부터 지리학, 역사학 등 폭 넓은 분야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다.

그는 이 여행을 세 가지 풍경을 이 책 속에 담고 있다. 그것은 길의 풍경과 자전거의 풍경, 그리고 의식의 풍경이란다. 길, 자전거, 의식은 그것들 나름대로 독자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결국에는 서로 겹치는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겹치는 정도를 넘어 끌어안거나 밀어내기도 하는,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풍경, 혹은 함몰하는 풍경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행자는 그 길들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자는 자신이 가는 길 위에서 자신의 여행 속도에 따라서, 어떤 길은 천천히 읽게 되는 것이고, 어떤 길은 빨리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보행자의 길이 정독이라면 자전거의 길은 숙독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와 보행자의 중간에 있는 길, 그 사이에 균형을 잡고 가야하는 길, 균형을 잡고 가지 않으면 넘어질 수 밖에 없는 길이 자전거의 길이다. 저자는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면서 긴장과 이완을, 휴식과 노동을 경험한다고 한다.

저자는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한 사람의 시인으로 변모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바로 저 자연과 사물과 삶의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속살을 만지는 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자전거 타기' 그 자체가 이미 시인의 작업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들판에 익은 곡식이 고개를 숙이고, 갖가지 과일들이 붉게 물들고, 높고 푸른 하늘이 가을을 알려주는 때에 자전거를 타고 사람 향기 나는 곳으로 여행을 계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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