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소녀와의 동거 - 순도 100% 리얼궁상감동 스토리
먹물 지음 / 책마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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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은 가출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 줄여서 '피방'이라고 부르는데 PC방은 하루 1만원 정도면 밤을 지새울 수 있고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어 돈이 궁한 가출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가출 소녀와의 동거]는 ‘인터넷 <딴지일보>에서 조회수 100만을 기록했던 바로 그 문제작’ 서울대 출신의 30대 후반 소심쟁이 아저씨와 중학교를 중퇴한 18세 거친(?) 소녀들과의 순도 100% 리얼궁상감동스토리’라는 문구가 책 겉표지에 기록되어 있어 궁금증을 더해준다.
‘먹물’은 인터넷 딴지일보에서 연재했을 당시의 필명이다. 당당히 실명을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이 책의 내용이 패륜적이거나, 혹은 실재와는 다른 허구의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필명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란다. 오히려 그 반대로 실재 경험했던 사건, 사고를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기록한 글이다 보니 필자 이외의 등장인물들에게 본의 아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필명을 '먹물'로 정했다고 한다.
이 책을 보면 작가인 먹물이 길을 가다가 낯선 소녀 셋을 만나게 된다. 길에서 만난 세명의 소녀는 먹을 것을 사먹게 돈을 달라고 했고, 돈을 주기보다 음식을 사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 작가와 가출소녀들과의 인연이 되어 있을 곳이 없다는 그들의 말에 며칠 집에 머무르게 하여 돌보아 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로라 이야기가 기억난다.
15년 전 쯤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로라 소녀는 가출하여 마약도 하고 문란한 생활을 했다. 로라의 어머니는 백방으로 딸의 연락처를 알려고 노력하던 중 누가 로라를 봤다는 말을 들었다. LA 어느 지역에서 xx노릇을 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LA 인근 지역이 얼마나 넓은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상황이었다. 어머니는 딸을 찾기 위해서 딸의 사진이 들어 있는 전단지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마음에 걸렸다. “이 전단지를 보면, 로라가 얼마나 창피해 할까? 나중에 시집가는데 지장이 있겠다.” 딸의 마음을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어머니는 고심 끝에 전단지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넣었다. 그리고 이렇게 인쇄했다. “이 사진의 엄마가 딸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3일 후에 딸 로라로 부터 연락이 왔다고 한다.
자기 사진을 넣는 마음, 이것이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난 가출 청소녀들은 대부분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일부는 비행 청소년이 되고 만다. 그런데도 가출 청소년을 집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대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거리로 나온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방조 속에서 오늘도 범죄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고 있다.
가출한 소녀들은 부모의 지나치게 억압적인 자세, 이중 인격적인 모습이 이들을 집밖으로 내모는 원인이 되고 있다. MBC TV <느낌표>의 ‘하자하자’ 코너를 통해 가출청소년에 대한 인식이 상당부분 개선된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들을 ‘문제아’로 여기고 있다. 부모 뿐 아니라 기성세대 전체가 가출 소녀 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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