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 원철 스님의 주지학 개론
원철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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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백운수단 선사는 “주지는 새장 속에 갇힌 새와 같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날아다니는 것까지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 절의 주지란 그다지 탐탁한 자리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자칫 잘못하면 욕 얻어먹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백은 선사 같은 이는 “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말사 주지는 하지 마라”고 했단다. 

그러나 요즈음은 출가해서 수행하는 사람들도 주지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수행자들 사회에서는 ‘승려의 꽃은 주지’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단다. 

절집에 머무는 수행자 수는 줄어가고 있다는데 반대로 절집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만 있고 수행자들 개개인은 이름만이라도 ‘토굴’이라는 독립된 공간을 꿈꾸는 세상이다. 그러려면 주지에게도 세상에서 말하는 리더로서의 덕목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저자 원철 스님은 “최초의 사찰은 기원정사”라며 “따라서 말할 것도 없이 최초의 주지 스님은 부처님”이라고 밝히고 있다. 부처님과 주지 소임이 뭔가 이미지가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이 역시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원철 스님은 “부처님이 주지가 되신 건 정법을 오래도록 머물게 하기 위함이었다.”며 “불법을 오래 머물도록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바로 주지”라고 말했다. 원철 스님에 따르면, ‘주지의 다섯 가지 인연’이 있다. 우선, 관공서에서 사찰을 잘 도와주고(외호인연), 신도들이 모여들며(단월인연), 그 산에 머무르는 데 장애가 없고(토지인연), 알맞은 수의 대중이 늘 머물고(납자인연), 그리하여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는 도량이 되어야(공부인연) 한다는 것이다. 

원철 스님은 “세월이 갈수록 주지가 부각되는 시대”라며 “주지는 지역에서 유지 대접만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한 만큼 너무 개별 사찰 운영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주지가 바로서야 불교가 바로 선다.”고 주장한다. 

책의 부제가 ‘주지학개론’이다. 개론인 만큼 선인들의 지혜로운 가르침에서 깨달음을 얻자는 취지의 글들이 모아졌다. 눈에 띄는 자료가 있을 때마다 챙기고 모아둔 것이 글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초대 주지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실패한 주지들의 이야기보다는 잘살아낸 선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중국의 오조법연 선사가 “절의 주지는 자기를 위해 네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고 한 말이다. 

첫째, 세력을 다 부려서는 안 된다. 둘째, 복을 다 누려서는 안 된다. 셋째, 규율을 다 시행해서는 안 된다. 넷째, 좋은 말을 다 해서는 안 된다. 무엇 때문인가? 좋은 말을 모두 다하면 사람들이 반드시 쉽게 여길 것이다. 규율을 원칙대로 다 시행하면 사람들이 반드시 번거롭게 여길 것이다. 또 복을 다 누리면 반드시 재앙을 불러들이게 된다. 세력을 다 부리면 반드시 시기와 모욕을 당하게 된다. 

이 책은 옛 선사들의 어록과 사례를 토대로 주지가 가져야 할 생각과 태도, 윤리와 규범 등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주지로서 어떤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불교와 주지의 생활에 대해 알고 싶은 자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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