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평점 :
<모비 딕>은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한 번 읽고는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세 번은 읽어야 책의 의미를 어렴풋이라도 알게 된다. '모비 딕'이 어떤 존재인지, '에이허브 선장'의 복수는 무엇을 뜻하는지, '이슈메일'이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말이다.
<모비 딕>은 대왕 향유고래 '모비 딕'에게 다리를 한 쪽을 잃은 '에이허브' 선장의 광기 어린 복수에 대한 책이다. 고래잡이 배에서 살아남은 선원 '이슈메일'의 전지적인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소설 속에서 흰 고래, <모비 딕>은 어떤 존재일까? 그는 뱃사람들에게 있어 신적인 존재다. 전설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정복하고 싶지만 정복할 수 없는, 두렵고 신비한 존재다. 이 존재에게 반기를 드는 인물이 바로 '에이허브' 선장이다. 선장도 선장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선장의 다리 한 쪽을 모비 딕이 앗아갔기 때문이다. 선장은 그에게 복수(모비 딕을 죽이는 것)를 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겨야 한다. 선장의 다리 한 쪽을 없애버린 '모비 딕'은 선장의 생각처럼 정말 '못된 고래', '없어져야 하는 고래'인 것일까? 고래잡이 배에게서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다 이와 같은 일이 생겼다. 모비 딕은 선장에게 해를 끼치고자 선장의 다리 한 쪽을 없애버린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남고자 행동했는데, 이와 같은 일이 생겼다. 반면 선장은 어떤가. 일단 고래잡이를 하는 것부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며, 굳이 모비 딕을 찾아 죽이겠다 하는 것도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이와 같은 것들을 미루어볼 때 모비 딕은 '자연', 즉 신과 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모비 딕'을 '신'으로 생각하며, '에이허브'를 '신에 대적하는 인간'으로 생각하며 읽었다. 두려움에 맞선 에이허브 선장, 그 복수의 끝은 구원일까, 파멸일까?
가장 먼저, '고래'를 바라보는 에이허브 선장과 이슈메일의 시선에 대해 말해보겠다. 에이허브 선장은 고래를 자신이 함락시켜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지만 이슈메일은 고래를 숭고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바라본다. 그가 고래잡이 배에 들어간 것도 '고래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 둘의 시선은 '두려움'으로 교차된다.
에이허브 선장은 고래에게 복수를 하겠노라 말하지만 그 말의 기저에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고래가 자신의 다리 한 쪽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그 두려움을 가슴에 품고 복수를 다짐한다. 이슈메일은 고래를 숭배하는 동시에 두려워한다. 고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동물일 것이라 말하며 그 크기가 주는 중압감을 표현한다. 이슈메일도, 선원 대부분도 모비 딕에게 복수할 것이라는 에이허브의 끝을 예감하고 있었다. 때문에 선장을 계속 말려보지만 광기 어린 에이허브 선장만이 끝까지 이기겠다 말한다.
이 부분을 보며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는 정말 자신이 고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아닐 것 같다. 지더라도 있는 힘을 다해 복수를 해보리라 다짐했으리라. 또 그는 그 복수의 끝이 진정 구원이라 생각했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모비 딕과의 처절한 싸움에서 에이허브 선장이 이겼다 해도 그는 죽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삶의 목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광기에 젖어 신에게 반기를 든 복수는 그를 파멸로 이끌었다. 이것이 바로 신에 대적한 인간의 최후다.
2010년 나온 <모비 딕> 개역판이 13년만에 나왔다. 800쪽에 육박하는만큼, 책의 구성이 아주 촘촘하고 꼼꼼하다. 작가 연보, 고래잡이 선의 명칭, 등장인물 소개 등이 함께 실려있다. <모비 딕>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한 권 쯤 가지고 있으면 좋을 책이다.
당신은 <모비 딕>을 읽으며 모비 딕이 어떤 존재라고 생각했는가. 단순히 복수의 대상인 고래라고 봤을 수도 있고, 자연으로 봤을 수도 있고, 신으로 봤을 수도 있다. 모비 딕을 읽으며 그 상징에 대해 사유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