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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한 예술가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3월
평점 :
누군가의 취향은 그 사람을 표현한다. 그리고 취향의 극점에 있는 것이 '예술'이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때문에 정처 없이 흔들리기도, 선명하게 빛나기도 한다. 우리는 존중이라는 말로 그것을 포괄하지만, 때로는 편견으로 매몰차게 선을 긋기도 한다.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에는 작가 조성준이 사랑한 예술가 25명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김중업, 백남준, 빌리 홀리데이, 데즈카 오사무, 코코샤넬....다른 듯 닮아있는 예술가들. 가장 맨 앞 장,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 25명의 예술가들은 모두 '낯선 세상과 불화하며 흔들렸지만, 기어코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완수한' 사람들이다.
작가 조성준이 사랑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책의 작가 조성준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재즈, 아방가르드, 만화, 그리고 혁신, 내지는 혁명... 세상이 침묵하고 있는 것을 입 밖으로 낸 사람들과 그 세상에 끝내 저문 사람들. 책을 읽는 내내 출판사와 닮은 책이라 느꼈다. 이 책이 왜 작가정신에서 나왔는지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25명의 예술가를 열렬히 사랑한 사람의 사심고백인 동시에,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사람들에게 보내는 찬사가 적힌 책이다.
책은 약 300쪽이다. 조금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장이 4~5장 정도로 짧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의 긴장감도 짧게짧게 잘 유지되기 때문에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나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읽을 것이다.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쉽게 말해 예술가 덕질 기록이 아닌가. 누군가의 예술 취향을 이리 면밀히 볼 수 있다니.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
책의 짜임새도 훌륭하다. 감히 이야기하자면, 서-본-결이 아주 잘 짜인 책이라고 느꼈다. 이 책의 시작은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책으로 나온만큼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서론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재미있는, 또는 의미있는 이야기를 넣었다. 독자들은 다소 생소한 예술가일지라도 인트로 이야기를 보며 책 속으로 빠져든다. 본론에서는 예술가의 삶과 전반적인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연히 이 이야기의 포커싱은 '작가 개인'이 관심있는 이야기에 맞추어져 있다. 내가 이 사람을 왜 매력적이라 생각하는지, 왜 사랑하는지 이 부분에서 설명한다. 결론 부분에서는 번외 이야기나 마무리 이야기를 덧붙인다.
책의 흐름도 좋았다. 어떤 예술가를 좋아하게 될 때는 '영향'을 받아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가 존경하는 인물이라 말한 예술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도 그러하다. 때문에 먼저 설명해야 하는 예술가들을 앞에 배치하고, 후에 나와야 하는 예술가들을 뒤쪽에 배치해 독자가 읽기에 쉽게 했다.
이 책은 예술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짧고 빠르게 알 수 있다. 백남준이 어떤 사람인지 알듯 말듯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추천한다. 그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기도 하지만 백남준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일테니까.
25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가 사랑한 예술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사랑한 예술가는 어떤 사람들일까. 고난과 역경에도 쉬이 지지 않고 견뎌낸 사람들이다. 꼿꼿하고 단단하다. 내가 사랑한 예술가는 내가 닮고 싶어라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는 누구인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