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V양 사건 초단편 그림소설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고정순 그림, 홍한별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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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V양 사건>
: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V양의 이름은

여기, V양이 있어요. 사람들은 그녀를 알지만 알지 못하죠. 분명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와 부재를 알아차리지 못해요. 그녀는 생각해요. '의자를 쳐서 바닥에 쓰러뜨려야겠다'라고요. 그럼 쿵 소리가 날 테고,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적어도 아래층 사람은 알게 될테니까요. 하지만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어요. 심하게 앓던 두 달의 시간 동안 말이죠. 그녀가 존재감을 찾은 것은 죽은 후, (어쩌면 죽기 직전?)의 일이었어요.

결혼 하지 않은 그녀는 누군가에게 '00씨의 아내'라고 불리지 않고 삶을 살아가야 했어요. 그녀에게는 '이름'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았죠. 그 옛날, 여성이 결혼한 이유는 '존재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결혼이 유일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요즘은 직업으로 그 존재감을 찾고는 하지만, 당시에는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불가사의한 V양 사건은> 여전히 사회가 마주하지 않으려 하는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어요. 존재감이 사라져가는 인물들. 작품을 저자의 의도에 맞추어 좁게 해석하면 페미니즘이 생각나고, 현대의 무관심한 시대에 비추어보면 세상에 발을 뻗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생각나요. 우리의 곁에는 'V양'이 또 얼마나 많을까요?

버지니아 울프의 <불가사의한 V양 사건>이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과 함께 되살아났아요.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은 혼란스럽고 외로워요. V양이 느꼈을 감정처럼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V양을 3자의 입장에서 보며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얼마나 홀대했는지, 그녀에게 얼마나 곁을 내어주지 않았는지 강조한다면 작가님의 그림을 통해서는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을 보여줘요.

그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녀가 의자를 쓰러뜨렸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그럼에도 그녀를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겠죠. 덩그러니 놓인 흰 옷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그녀의 모습 같아서 마음이 내려앉았어요. 그 죽음은 불가사의하죠. 미스터리해요.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죽기 직전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입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해요. 그녀 혼자서 맞이한 죽음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녀가 죽던 순간, 그녀의 곁에는 하녀 한 명 뿐이었어요. 그 하녀 역시 곧 존재감이 잊혀질, 또는 잊혀진 사람이죠.

불가사의한 V양 사건이라는 제목에서 독특한 게 보이지 않나요? 이 문장은 중의적인 표현을 지닌 문장이에요. '불가사의 한 V양'에 대한 사건, V양에 대한 '불가사의 한 사건". 사람들은 V양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그들에게 V양은 불가사의한 존재일 수빆에요. 저는 이 불가사의한 사건이라는 말이 사라진 것이 불가사의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사람들이 몰랐다는 것도 불가사의하죠. 그녀의 죽음이 영원한 의문으로 남았다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도 서평의 제목을 중의적으로 지어봤는데 어떤가요? 이번 서평의 제목인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V양의 이름은'에서는 두 가지 의미를 넣었어요.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V양', 그리고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은'. 저도 스쳐갔을지 모르는 그녀의 이름, 그리고 그녀의 존재를 생각했어요.

이름은 정체성과도 같은 것이에요. 나의 생을 생각하며 누군가 고이 지어준 이름. 평생 동안 불리며 '내'가 될 이름. 그 이름을 V양은 사는 내내 불리지 못한 것이에요. 그녀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나의 괴짜친구에게>처럼 외로움을 그려내신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이 몰입을 도왔어요.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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