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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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마음, 그것의 이름은 편지
: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길벗어린이, 고정순)

0. 책, 편지
❝친한 친구에게 글을 쓰고 또 답장을 받는 일은 달이 기울고 다시 차오르길 기다리는 것처럼 기쁘고 설레는 일이네요. 우리 앞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만은 게을리 하지 말아요.
- 봄밤의 알전구 * 달, 11p

<시치미 뗴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고정순 작가와 정진호 작가가  일 년 동안 주고 받은 삶에 대한 생각들을 모은 편지 형식의 에세이 예요. 고정순 작가님의 세 번째 에세이이자, 2022년에 나와 현재까지도 사랑 받는 길벗어린이의 스테디셀러입니다.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고 작가님이 정 작가님께 보낸 편지를, <꿈의 근육>은 정 작가님이 고 작가님께 보낸 편지를 묶은 에세이이에요. <옥춘당>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님의 글에는 따뜻한 유머가 있고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진심이 있어요 그림책과 글, 그림에 대한 뭉클함과 꺼지지 않을 사랑도 있죠.

책을 읽으며 이 책은 정말 오래 읽힐 에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스쳐 지나가는 그저그런 에세이가 아니라 마음에 남을 에세이. '편지'라는 형식 때문이이었을까요. 그래서, 글들에 상대를 향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던 걸까요.
적어도 이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 평가 받기 위해 쓰여진 글을 아니란 것이 분명했어요. 그저 서로를 안부를 묻고 나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죠.  애틋함이 곳곳에 묻어 있었고 그리움도 느껴졌어요.  정진호 작가님을 향한, 작가님의 삶을 향한 추억들 말이에요.

1. 삶과 그림책
❝헌책방을 나와 병원에 들어서는데, 시원한 커피 한 잔이 너무 그리웠어요. 스스로를 지킬 최소한의 힘조차 없는 주제에 왜 나는 그림을 그리며 살까, 생각했었죠. 늘 500원이 비싸 사먹지 못했던 아이스커피, 이제는 이가 시려 500원을 아끼게 되었어요.
- 쌉쌀한 공범 * 커피, 58p

놓지 못하는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생각하기만 해도 눈물이 나고. 나를 아프게도 했지만 나를 웃게 하는 일이 많았던, 나를 나로 만들고 살아가게 하는.  그게 작가님께는 그림책인 것 같아요.
삶에 대한 에세이라고 했죠. 작가님의 삶에서는 그림책을 빼놓을 수 없기에 이 책에는 그림책 관련 에피소드가 많아요.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해도 수백번을 노력하고 부딪혀 결국 붙잡은 꿈. 고단함이 느껴지면서도 그 작은 불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작가님이 대단해보였어요.

2. 특징: 자잘한 이야기
❝계속 노트를 사고 가까운 찻집을 찾고, 쓰고 싶었던 문장 대신 엉뚱한 문장을 나열하다 보면 언젠가 모든 노트가 하나의 이야기가 될날이 올지도 몰라요. 그래도 나름 기특한 친구죠? 편지 한 통 보내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 보이지 않는 근육 * 노동, 131p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에요. 글 중간중간에 끼어든 자잘한 이야기! 이 부분들은 에세이의 무게감을 덜어주고, 독자들에게 '수신인'으로서의 몰입을 유도해요. 이 에세이가 편지처럼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죠.
편지 쓰는 일이 일상이 되면 이렇게 자잘한 이야기도 스스럼 없이 보낼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ㅎㅎ 편지 쓰기를 떠올리면 으레 근사한 말들이 떠오르잖아요. 그런 게 아니어도 충분히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낭만적이에요. 편지를 자주 주고 받던 80년대에는 이랬을까 싶기도 하고...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요.

3. 특징: 보내는 이의 수식어, 추신
나는 오늘도 녹슨 피아노를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걸 가정하면서 그림책을 만들어요, 멀고 쓸쓸한 길에서 친구가. 추신. 내가 사랑하는 그림책에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라는 문장이 나와요. 나도 가끔 물어요. 내가 그림책 세상에 있어도 괜찮을까?
- 녹슨 피아노 * 그림책, 186p

책의 또다른 묘미는 '보내는 이에 적힌 수식어'와 '추신'이에요. 수식어와 추신이 장마다 달라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수식어는 해당 장의 분위기를 함축하고, 추신에서는 내용을 환기 시킵니다. 장이 마무리 될 때 즈음이면 '이번에는 어떤 추신이 있을까?' 기대하며 책을 읽게 돼요.ㅎㅎ
이 부분도 정말 영리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편지형식의 에세이라는 특징으로 어느 정도 짜임새가 정해져 있는 모양새잖아요. 변형을 줄 수 있는 부분들에 포인트를 주며 독자들의 기대를 높입니다. 이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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