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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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나온 <움직임>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인 만큼 기존의 소설에 덧붙여서 나온 부분들이 있다. 개정판 작가의 말과 초판 작가의 말이 함께 실려 있다는 것 자체가 독특했다. 과거의 나를 회상하며 시작하는 개정판 작가의 말. 이십 칠 년 동안 작가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시간 동안 이 소설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개정판 작가의 말에 실려 있었다. 개정판 작가의 말을 읽고 초판 작가의 말을 읽으면 지금보다 어리고, 소설을 끝낸 순간에 빠져있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소설은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로 시작한다. 중편소설 <움직임>은 조경란 작가의 가족론을 담아낸 소설이다. 구글 도서에 따르면 실제로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이다. 이 소설은 '나'에 대한 소설이자 '가족'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이경은 엄마를 잃고 외할아버지를 따라 외갓집으로 간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이 생겼다는 첫 문장과 달리, 혼자 밥을 먹고 가족을 기다리는 이경의 모습이 나온다. 이경에게는 정말 '가족'이 생긴 것일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보다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로 돌아오는 물음이 맞을 것 같다.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서 그런 것일까. 소설을 읽으며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되었다. 나에게 가족은 안식처, 믿을 수 있는 존재다. 나는 집 밖으로 움직일 수는 있지만 온전히 떠나지는 못한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집과 연결되어 있다. 내가 안정될 수 있게 만든다. 가족이 되기 위해 이경은 노력한다. 집은 이퀄 가족이다. 편히 쉬어야 할 집이란 공간에서조차 노력해야 하는 이경. 이 모순이 이경의 고단함을 증폭시킨다. 나라고 이경과 다를까. 가족도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평론가님의 말에 공감한다. 가족이라는 말의 무게감이 덜어지고 있는 사회에서, 가족을 일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 소설은 말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각자의 방식으로 꿋꿋하게. 이 소설은 그 사람들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이 왜 <움직임>인지 생각해보았다. 이곳에서나 저곳에서나 가족이 되기는 힘들다. '움직여야' 간신히 가족을 만들 수 있다.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움직임은 '선택'을 말한다. 주인공 이경이 가족을 만들고 싶어 외할아버지를 따라나선 '선택', 더는 떠나는 것이 아닌 결국 남는 것을 택한 '선택'. 120쪽 정도 되는 중편소설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말 자체는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가족에 대한 사유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깊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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