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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연인들 ㅣ 안전가옥 쇼-트 18
김달리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5월
평점 :
오랜만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출판사인 안전가옥의 쇼-트 시리즈 신작인 ‘밀림의 연인들’을 접했다.
딱 손에 집기 좋은 아담한 크기에 금방금방 읽을 수 있는 적당한 두께까지!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기에 아주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았다.
‘밀림의 연인들’ 이라는 작품을 접하면서, 처음에 가장 궁금했던 건 제목이었다.
밀림? 내가 아는 그 밀림?
알고 보니, ‘밀림’은 하나의 열대우림이 아니라 책의 배경인 ‘메타버스’ 세계의 이름이었다.
‘밀림’에서는 직접 자신의 외양과 닮은, 혹은 닮지 않은 아바타를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또한 직접 돈을 벌면서 점점 자기가 살아가는 랜드의 등급을 E등급에서 A등급까지 올릴 수 있는 환경도 주어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 하나의 조건이 등장한다.
바로 ‘배우자’ 가 있어야만 이 모든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
‘밀림의 연인들’을 읽을 때는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두어야 작가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다. 등장인물과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사랑.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있어서 반드시 파악해야 했으나 책을 읽으면서 가장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이 등장인물 간의 관계였다.
‘밀림의 연인들’에서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다미, 석영, 초코페.
실제 상황에서 부부의 관계를 통해 본질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은 다미와 석영이다.
그러나 책의 초입은 메타버스 세계인 밀림에서 초코페와 배우자 관계를 맺고 있는 석영의 시선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오히려 석영이 다미보다 초코페에게 더 실질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점에서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보여주는 커플은 오히려 다미와 석영이 아닌, 초코페와 석영의 관계이다.
또한, 사랑의 관계는 여기서 종결되지 않는다.
이 책을 가장 즐길 수 있었던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이야기가 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어질 등장인물의 행위를 추측하면 그 의도가 달랐고, 의도를 추측하면 그 행위가 달랐다.
그만큼,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에게 잔잔한 흐름에서 출발했던 김달리 작가의 이야기를 사나운 급류로 빠르게 몰아붙였다. 이 뒷부분은 이야기의 가장 큰 주도권으로 이어지면서 결말을 주름잡고 있기에, 앞으로 이 작품을 접하게 될 여러 독자들이 직접 읽으면서 경험해 보는 것이 더욱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밀림’은 결코 배경만을, 환경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참 얄밉게도, 처량하게도, 처참하게도 사랑하는 그들의 사랑 자체가 밀림이었다.
어려웠지만. 몇 번을 읽었던 책장으로 돌아가 곱씹어 보았지만, 강렬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