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 민지형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4
민지형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4월

‘기억’의 파편은 제법 다른 빛깔을 띤다.

소중하고, 절대 잊고 싶지 않은 좋은 기억과 떠올리기만 해도 고통스럽고, 삶과 일상을 갉아먹는 나쁜 기억.

이런 점에서, 이번에 읽었던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이라는  책의 제목은 나에게 제법 여러 차원의 고민을 떠올리게 했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최고의 선물이라는 ‘망각’은 과연 축복일까?

‘망각’과 관련한 이 책의 등장인물은 두 명이다.

한 명은 기억을 지워야만, 기억이 드러나지 않게끔 덮어야만 하는 ‘리사’, 다른 한 명은 리사가 숨기려는 기억을 잊히지 않게끔 드러내려 하는 ‘재이’ 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 ‘호라이즌’ 의 연구소 소장이자 차세대 후계자로 언급되는 리사의 발명품인 ‘라이프 랜드스케이프’ 는 자신이 체험하고 싶은 기억을 다시 생생하게 VR로, 온 몸과 감정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 주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다.

그러나 ‘라이프 랜드스케이프’와 엮인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며 리사는 어떻게든 이에 대한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이와 연결된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재이는 리사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더욱 자세한 전말을 언급하게 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과연 이 책의 내용에서 어떤 자가 해피엔딩을 맞았는지는 직접 책을 통해 독자들이 직접 확인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즐겁다고 느꼈던 점은, 책이 재밌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재밌었다. 안전가옥만의 ‘장르소설’ 이라는 장르를 ‘기억’이라는 추상적이나 다채로운 소재로 꽉 묶어 흥미있게 전개한 이 책은 속도감이 좋아 책장이 쉽게 넘어갔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다소 가벼운 내용만이 아닌 실제 범죄 측면의 사회적 이슈들이 뒤로 갈수록 접목되어 있다고 느껴져 과연 ‘망각’ 이라는 것이 정말 필요할까? 그러나 ‘망각’ 이 없다면 얼마나 삶이 가혹해질까, 라는 딜레마에 흠뻑 빠져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망각은 신의 축복이다’

‘맞다. 그러나 축복일까,’

사람의 기억과 망각에 대한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들, 혹은 추상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