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얼지 않게끔 : 강민영

부디, 얼지 않게끔 ㅣ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변온동물, 변온 컵, 변온 팩, 변온제품 등 '변온' 이 들어간 다양한 용어들은 일상생활 속 우리에게 낮설지 않은 단어들이다.

그러나 '변온인간' 은 어떨까?

아마 위에 나열된 단어들과는 다르게 생소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변온인간' 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도 0에 가까울 정도로 인간은 변온동물이 아니라는 학술적 사실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변온인간' 을 주제로 한 새로운 소설이 출판되었다. 평소 변온동물인 거북이를 키우는 나에게는 '변온' 이라는 그 자체가 가까우면서 참신한 소재였기에 '오, 책 재밌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책을 구해서 수능이 끝난 당일(!!)부터 신나게 읽어 제끼기 시작했다.

소설에는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 명은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 소위 여름극혐자, 송희진이며 또 다른 한 명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더위를 타지 않는 여름극호자 최인경이다. 희진과 인경은 회사 동료로 우연한 계기로 함께 베트남 출장을 가게 되었고, 아무리 베트남의 시원한 지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마는 한여름인데 목, 이마, 팔 등에서 땀을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게 된 인경을 보고 희진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희진과 그때까지는 크게 심각하다는 생각이 없던 인경은 베트남 내부에 있는 사우나를 방문하게 되고, 무려 115도의 온도에도 별 위화감 없이 조금 따뜻하다고만 생각한 인경을 통해 두 사람은 인경이 '변온인간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제가 희진 씨에게 도움을 줬다고요?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말을 보태지 않으셨잖아요, 그런 소문들에."

그 전까지는 크게 친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인경의 변온인간 체질과 유일하게 그 비밀을 알게 돼버린 희진으로 인해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고,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춥게 변화하는 계절로 인해서 거의 일상생활이 점점 불가능해지기 시작하는 인경을 희진이 하나 둘 씩 도와주기 시작하며 둘의 우정은 점점 더 몸집을 불려나가게 된다.

이 때,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이 '희진은 왜 인경을(가족도 아닌데 자신의 시간을 전부 써 가면서) 도와줄까, 굳이 따지자면 남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였다. 그러나, 회사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희진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들을 사실마냥 퍼트리는 회사 사람들로 인해 지쳐 있던 희진에게 한 번도 그 소문에 말을 붙이지 않은, 심지어 동조 한 번 해 보지 않은 인경의 인간애가 희진에게는 그저 고마움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는 현재 자신에게 묶여 지내는 각박한 사회 속과 대조되는 소설의 따뜻한 인간애가 너무 촉촉하게 느껴졌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딱 깔끔하게 읽기 좋은 재밌었던 책이다.
소재가 '변온인간' 으로 생소하니만큼 자칫하면 풀어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속도감 있게 쭉쭉 즐길 수 있었던 책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더욱 멀어진 지금,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한 관계와 도움을 풀어내는 '봄' 같은 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