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장 아니메 50년사
송락현 지음 / 스튜디오본프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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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극장 아니메 50년사>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그 역사동안 등장한 작품들의 개괄이 주 내용입니다. 조금이라도 최신의 정보가 중요한 요즈음, 2003년도에 출판되어 2003년의 정보에 머물러 있는 상태의 이 책을 그리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이 책의 퀄리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의 역사나 여러 작품들을 다룬 책들은 이것 이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특히나 유명하고 퀄리티가 좋다는 말을 듣는 이유는 구성이나 자료의 방대한 양, 설명 방식 등등 다양한 면에서 다른 책들보다 상당히 수준높은 책이기 때문이죠. 

이 책은 거의 4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태동기부터 시작해 거의 모든 극장 애니메이션을 조명합니다. 태동기에 이은 1960년대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을 위시한 애니메이션과 80년대부터 시작된 지브리의 작품 등등 시대를 따라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거쳐, 2002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별의 목소리>까지 빼놓지 않고 주욱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낱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한 작품들까지도 챙기면서 덧붙이는 설명도 매우 매끄럽고 훌륭합니다. 작품의 제작배경 설명이나 주석 또한 겉핥기에 그치지 않고 충분히 정리되고 심도있는 정보전달을 하고 있고요. 

다른 서적은 흔히 가나다순으로 의미없는 나열을 하거나, 혹 시대순으로 정렬하더라도 뒤죽박죽으로 지저분하게 정리되어있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 책은 다릅니다. 깔끔하고 명시성 높아요. 정가는 2만원이지만, 충분히 정가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한마디로 국내에서 출판된 애니메이션 작품 정리서적 중 가장 좋은 퀄리티를 가진 책입니다.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개괄을 전체적으로든 개별적으로든,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가장 추천할만한 정보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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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 라이벌 난장사
남무성 그림.각색, 황희연 글 / 오픈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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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황희연 글, 남무성 그림.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그대로 영화의 역사를 다룬 만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라는 매체는, 탄생한 지 이제 갓 10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영화라는 하나의 오락이 처음 상영되고, 100년 조금 지난 시간이 지나고 지금에 이르러 하나의 대표적인 '예술' 혹은 '문화' 장르가 되었죠. 그 100년동안 영화들은 수없이 만들어지고, 그 영화의 대부분은 소리소문없이 묻히거나 사라져갔지만, 극히 일부의 영화들은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회자됩니다. 


이 책「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는, 영화라는 매체의 길지 않은 역사 동안의 수많은 영화들 중 지금까지 기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대표적인 영화들과 그 영화를 만든 감독들의 면면을 살펴보고자 하는 책입니다. 





책은 영화의 탄생부터 시대적으로 주요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찬찬히 되짚어가는 시간적 배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작품이 아닌, 영화감독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특히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감독들의 작품에 더 비중을 두고 있죠.

 

시대별로 챕터를 구성하고(주로 10년 단위) 그 시대의 대표적인 감독 두 명을 언급하며 1대 1로, 라이벌 형식으로 비교하면서 내용을 풀어갑니다. 예를 들어 영화의 초창기엔 뤼미에르 형제와 조르주 멜리에스의 행적을 비교하고, 7~80년대 SF의 시대에는 조지 루카스(스타워즈 시리즈)와 스티븐 스필버그(E.T 등)를 비교하며 그들의 작품세계와 영화계에 끼친 영향을 비교해보는 식이죠. 





영화 전반적인 흐름과 영화역사를 거쳐가는 거물급 작가들의 이름들을 살펴보는 데에는 더할나위 없이 쉽고 좋은 책입니다. 



하지만 작가들과 작품의 개괄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밖에는 나열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 책의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세세한 영화사조와 당시 영화들의 평가와 비평, 시대적 의의 등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 깊은 내용을 담은 책은 아닙니다. 설명의 깊이 또한 얕은 편이라서 정보서적이라고 말하긴 민망하고, 전반적인 영화 역사가 궁금한 사람을 위해 쉽게 풀어 쓴 책이라고 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영화, 역사」- 로버트. A. 로젠스톤, 김지혜 역, 2002.

「세계 영화예술의 역사」- 정태수, 2010.

「세계 영화 대사전」- 제프리 노웰 스미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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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 - 에로틱 아니메 분석 가이드
헬렌 매카시.조너선 클레멘츠 지음, 한창완.이정훈 옮김 / 현실문화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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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 」- 핼렌 매카시, 조너선 클레멘츠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어떤 사람들에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대표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독창적인 영화들이 먼저 생각날 지 모릅니다. 또 어떤 사람들에겐 어릴 적 보았던 <미래소년 코난>, <은하철도 999>, 혹은 <포켓몬스터>를 비롯한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이 떠오를 수도 있고요. 여튼, 사람들에게 저런 질문을 하면 모두 갖고 있는 이미지가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아무래도 말이죠.



그러나 -경우에 따라 그렇지 않다고 느낄 사람도 있겠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으레 뒤따르는 이미지는 바로 '폭력성'과 '선정성'입니다. 예전에도 그래왔고,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요즈음 들어서도 그와 같은 인식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시대마다 다르고, 또한 각 세대마다 그에 대한 이미지는 많이 다릅니다만 폭력과 에로티시즘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는 오늘날도 여전하죠.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그러한 요소, 특히 성(性)적인 요소를 빼놓고는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애니메이션 문화의 발달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이 책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는 바로 그 일본 애니메이션의 선정성에 대한, 에로티카에 대한 분석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같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비교적 많은 대중들이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쿨 디바이스>, <크림레몬>, <우로츠키 동자>, <요수도시>, <라 블루 걸> 등의 작품들은 일명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일 것입니다. 이 작품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일명 '에로틱 아니메'의 범주입니다. 성애 장면이 들어간(혹은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애니메이션이기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죠. 여기에서의 작품들은 성에 관해 모호하고 은유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 아닌, 성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지 않고 여러 측면을 집요하게 탐구하고 정면으로 뛰어드는 작품들입니다.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는 이렇게 섹스로 흥건한 작품들, 즉 성애를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을 서구인의 눈으로 보고(저자가 서양인이니까) 연구하고 비평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의 주 전개방식은, 성인 애니메이션에서 다뤄지는 큰 요소들을 나누어 역사를 설명하기도 하고, 그에 대한 개념을 짚으면서 관련된 개별적인 작품들까지 하나하나 언급하는 식입니다. 때문에 개별 작품에 대한 기본정보가 제공되며, 그에 관한 여러 해석과 관찰을 맛볼 수 있습니다또한 성인 애니메이션에 관한 단순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섹스와 공포, 미소년· 미소녀 취향, 성역할, 동성애 등 에로틱 아니메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주제와 그 기저에 깔린 일본의식의 흐름도 어느 정도 분석해내고 있고요. 1990년대까지의 일본 19금 애니메이션의 발생기원과 성장 배경, 내외적 유형과 각각의 특징을 분석하고, 일본 내에서도 하위문화로 분류하는 그러한 성인 애니메이션이 그토록 거대한 규모로 커진 원인 또한 짚고 있습니다. 저자는 또한 자신의 모국인 영국에서 문화당국이 일본 성인 애니메이션에 대해 취해온 갖가지 제재와 검열 등 특정 문화에 대한 간섭과 통제 또한 소개하고 있죠. 



에로틱하고 관능적인 작품들의 나열뿐 아니라 그것들이 다른 분야의 매체와, 더 나아가서는 현대 일본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일본, 더 나아가 세계의 음지(陰地) 문화사에서 이러한 '에로틱 아니메'가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설명해주고 있고요. 또한 일본 성인 애니메이션 자체의 표현기법의 종류, 역사를 설명해주는 부분 또한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제 경우 책에 언급되는 성인 애니메이션들은 이름만 들어봤지 상당히 생소했는데, 그런 작품들에 대해 잘 몰라도 애니메이션 역사 혹은 작품론 전반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서적입니다. 다만 교양서적이 아닌 전문 학술서적에 가까운 느낌이라, 가볍게 훌쩍 읽을만한 책은 아니네요. 




이 책의 단점이 딱 하나 있다면, 발행년도가 꽤나 오래된 책이라(2004년) 최근의 작품들 그리고 최근의 비평 사조들은 나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니메이션 자체에 대한 책이 얼마 없는 가운데, 더군다나 성인용 애니메이션에 관한 연구는 도통 접하기가 힘든 만큼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애니메이션- 문화의 한 분야로써 호기심이나 탐구심을 조금은 채워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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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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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 와 궤를 같이하는, 가장 유명한 디스토피아 소설 중 하나이다. 기계문명의 발달과 과학의 진보가 미래에 인간에게 어떤 인간적 비극을 줄 수 있는지를 경고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풍자적이고 희화적인 과장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일어나는 인권적 문제를 볼 때 이 책에서 경고하는 인간성이 말소된 사회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곳이 많다는 점에서, 저자가 이 책에서 '예언' 한 일들은 더욱 뼈저리게 다가온다. 여기에서의 '멋진 신세계'에선, 모든 인간은 인공수정으로 태어나고,아이들은 태어나기 이전에 그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가 이미 모두 결정되어 있다. 사람들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으로 나뉘고, 그들은 서로 다른 직책을 담당하며 살아가지만 자신의 계급에 만족하게끔 세뇌되어 있다. 모든 인류는 태아 시절부터 조건반사와 수면암시 교육으로 자신의 계급에 맞는, 세뇌 수준의 교육을 받기까지 한다. 이 책의 세계에서 인간은 그저 사회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에 대한 고찰을 하게 하는 책이다. <멋진 신세계>에서, 여기의 문명세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누릴 것을 다 누리고 부족함 없이 살아간다. 이 세계에서는 사람들의 선천적인 계층분화에 따라 계층의 변화는 불가능하지만, 사람들은 세뇌로 인해 다른 계급으로의 갈망이나 부러움을 전혀 느끼지 않으며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나간다. 성 욕구 또한 자신의 본능에 솔직하게,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 비록 수면시 교육법이라고 하는 일종의 세뇌와 기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여러 제약과 심층적 내면적 규제를 받고 있지만, 그러한 세뇌를 받고 있는지는 모른 채 살아간다. 인간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세뇌를 받은 채 자라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의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1984>처럼 공포에 의해 감시받고 통제받는 세계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의 행동은 자유롭지만, 애초에 그 자유라는 것은 기본적인 세뇌가 바탕이 된, 그 안에서의 한정적인 자유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완전한 자유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행복한 삶’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그들은 우리보다 행복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기본적인 세뇌가 깔려있다는 사실은 어차피 그들 자신은 모르고 있고, 그들의 문명사회란 딱히 통제받는 것도 없을뿐더러 하루하루 자유롭고 행복하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는 우리가 이 책의 문명사회 사람들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의 사회를 보고 ‘디스토피아’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점에 대해 혼란스러웠으며, 왜 우리가 이 사회를 보고 ‘디스토피아’라고 부르는 것인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았고, 이에 대해 조금의 생각과 고민을 할 여지가 있었다. 작품 말미에, 문명사회에 저항하는 야만인인 '존'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신을 원하고 문학도 원해요. 진정한 위험에 처해보는 것도 원하지요. 내가 원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선도 원하지만 죄도 원하지요." 이 말에 문명사회의 지배자가 답한다.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군. 늙고 추하고 생식불능이 되는 권리는 말할 필요도 없고, 성병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없거나 이들이 들끓을 권리, 매일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를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고문을 당할 권리도 원한다는 말인가?" "예, 난 그런 권리를 원해요." 사람들은 모두 먹고 사는 데 불편함이 없지만, 그러나 아기들은 ‘책’과 ‘장미’에 대해 평생 가까이 할 일이 없어지며,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개념을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수면시 교육법에 의해 ‘나는 행복하다’라는 메시지를 듣고 평생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곤 한다. 또한 그들은 행복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들의 행복에 대해 한 점 의심을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메시지와, 다른 사람의 조작과 설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자유 속에서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는, 작품 말미에 존이 말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은 어떤 변수도 없고 변화도 없는 세계가 아닌,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자유의지’라고 느낀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통제되고 짜여있는 세계가 아닌, 조금 불편하고 불행할 때가 있어도 자신의 의지로 변화를 꿈꿀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권리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자유란 중요한 것'이라는 진부한 결론으로 귀결된 느낌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고, 자유의지를 갖지 못한 채 행복한 상태에서 안주해버리면 그것은 쇠퇴에 가깝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멋진 신세계>의 문명사회는 디스토피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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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끼호떼 1 -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민용태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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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낸 스페인어 완역본입니다. 

 

 보통 '돈키호테'라고 발음하고 그렇게 적지만 이 책은 보다 스페인어 발음에 가까운 번역을 추구한 탓인지 제목도 '돈 끼호떼'로, 그리고 작중의 각종 등장인물과 지명에서도 산초 대신 '싼초'로, 로시난테 대신 '로신안떼'로 쓰는 등 스페인어 발음에서 비롯된 된소리를 그대로 살리는 번역을 했습니다.

 

 

 학교 수업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어릴 적에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돈키호테 서적과 만화책 등을 읽어보았기에 <돈키호테>가 어떤 책이고 그 주인공이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를 대충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돈 키호테>를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어린이용 동화책의 그런 단편적인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다르더군요. 일단 책의 분량부터 어마어마합니다. 두 권짜리인데다가 페이지가 무려 두권 모두 800페이지를 넘어가요. 그만큼 돈키호테가 겪는 일,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양하고도 범위 또한 넓고 깊게 묘사합니다.  

 

 또한 책을 읽어보니 <돈키호테>의 인물들은 이전에 책을 읽고 막연히 생각했던 그 인물들의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다르더군요. 어린이용 동화책에서는 돈키호테가 엉뚱하고 괴팍한 성격을 가진 노인으로만 그려져 있었고, 주요 사건이라고는 대부분 하인 싼초와 함께 풍차와 싸우는 장면만 주로 언급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막연히 돈키호테는 제게 있어서 '우스꽝스러운 미친 사람' 이라는 이미지 외에는 없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돈키호테'에 대한 이미지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돈키호테는 기사도에 심취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엉뚱한 인물인 것은 여전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려깊고 자기 나름의 사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 자신의 목적과 이상을 향해 행동할 줄 아는 인물이었고, 자신의 꿈을 향해 우직하게 달려나갈 줄 아는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미친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굉장한 지식과 언변,깊은 생각을 내보이며 사람들을 놀라게도 하는 다층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죠.

 

 그리고, 책에서 묘사된 돈키호테의 하인, 싼초의 모습은 돈키호테 못지 않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특히 돈키호테의 하인인 '싼초'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책에서 전개되는 내용 자체를 재미지고 풍성하게 합니다. 기행을 일삼는 주인을 항상 의심하면서도, 섬을 통치하게 해준다는 주인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 순박하지만 때론 속물적인 성격이 작품에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표현되곤 하죠. 이 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돈키호테와 싼초의 매력 덕분이었습니다.  

 

 

 

 

 돈키호테는 기사도를 수호한다는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현실을 한 번 돌아보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아무리 과거의 유물인 기사도를 추구한다고 해도 현실세계에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소외되고 배척받는다는 한계가 나타나기도 하죠. 그럼에도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돈키호테는 자신의 신념을 좇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돌진하고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생각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천력과 결단력에 있어서도 현대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상에도 부합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한편 <돈키호테>는 사라져가는 르네상스와 기사도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세르반테스가 살던 시대는 한창 르네상스의 열기가 가시고 기사 따윈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평온한 시기의 스페인이었죠. 돈키호테는 그러한 지나가 사라져버린 시대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이상향을 향한 동경과 목표, 꿈을 가지고 있던 인물입니다. 미친 사람이었던 건 맞지만, 우리 또한 삶에서 '미쳐야' 할 시기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가 꿈꾸던 일을 이루기 위해선 말이죠.


 자신의 이상을 가지고 자유의지에 맞추어 행동하는 삶. 그리고 열정을 담고 있는 한 인간의 이상과 꿈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철저히 인간다운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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