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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상.하 + 다이어리 세트 - 전2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소식은 언제나 날 설레이게 한다.
첫 작품인 <냉정과 열정 사이>에 반해 그 후로 나오는 책들은 줄거리도 읽어보지 않고 '무조건'읽는 책들이었다.
모든 책이 다 재미있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대부분의 책이 내 '취향'이어서 내 '취향'이 에쿠니 가오리의 글과 맞는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글들이 내 '취향'이 된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없을만큼 오랜 시간 '가장' 좋아한 작가이다.
그렇기에 이번 신간 소식에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난것마냥 신나고 설레였던 것 같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들은 늘 평범한 것 같지만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것 같지만 평범한 인물들이 나온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현실의 우리들도, 멀리서 보면 대부분이 평범하지만 개개인의 스토리를 살펴보면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우리가 보통 만나게 되는 인물들이고 그들의 '보통날'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의 일상 속 작은 사건들은 늘 내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고 그 일상들을 표현하는 문체에서 난 늘 그 순간의 공기와 냄새, 온도, 소리들을 느끼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 스타일이고 그런 글들이 담뿍 담겨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은 정말이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집 떠난 뒤 맑음'은 미국에 사는 레이나와 그녀의 사촌언니-미국으로 유학 온-이츠카의 가출같지만 가출아닌 미국 여행기이다.
책 소개 글을 읽었을 땐 살짝 여행에세이 느낌이려나?싶었지만 어쨌든 이 책은 여행하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소설'이었다.
겁없는 십대 소녀들 레이나와 이츠카는 부모님의 허락도 없이 '가출'같은 여행을 떠난다.
그녀들의 여행은 오래전 나의 배낭 여행을 떠올리게 해 순간순간 그리운 마음도 즐거운 마음도 들게 했다.
한없이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치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함께 설레이고 두근거렸고 여행이 일상같은 느낌이 들게 된 시간들-뜻했던 뜻하지 않았던 한 도시에 길게 머물게 된 날들-을 보며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 또 그립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소설은 그녀들의 여행이야기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어린 소녀들의 가출로 인해 그녀들의 부모님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 두 가족간의 불편함.
같은 상황을 두고 보이는 개개인의 다른 반응을 보며 이런 부분들로 이 소설이 여행에세이가 아닌 '소설'임을 확실히 하고있었다.
하지만 짧지 않은 이야기를 읽어가는 동안 레이나와 이츠카에게 얼마나 정이 들었는지..
그들의 여행을 온 마음을 다 해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여행 내내 레이나가 하는 말들에 순간순간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아...정말. 여행을 떠나고 싶다.
순간순간이 정말 소중해지는 그 느낌이 참 그립다.
"이제 만나지 않는다는 것과, 이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p. 286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