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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정말 굉장히 너무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던 것 같다.
보통은 한 번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는일이 없는데(읽기 싫어서는 아니고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이다^^;;) 최근들어 에쿠니 가오리의 초기 작품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해서 읽게 됐다.
그녀의 작품들은 어느하나 빼놓지 않고 다 좋아하는편이지만 특히 초기작품들을 정말 좋아하는지라 이번 <웨하스의자>가 다시 나왔을 때 굉장히 기뻤다.
많은 시간이 흘러 나이를 더 먹어서일까?
주인공의 '절망'이 너무 생생히 느껴져서인지 읽는 내내 자꾸만 눈물이 맺혀왔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참 평범한 사람들인데 평범하면서도 묘하게 독특한 점들을 지니고있다.
그들의 성격이라거나 그들의 상황이라거나.
<웨하스 의자>의 주인공은 38살이 된 중년의 여자로 화가이며 처자식이 있는 애인이 있다.
그녀의 감정속엔 '절망'이 아주 크게 자리하고있는데 그 절망이라는 감정이 특정한 계기로 인해 자리잡고있는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본래 타고 난 성격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현재 그녀의 일상과 애인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중간중간 그녀의 어릴 적 기억이 문득 튀어나온다.
어릴 적 마주했던 그녀의 절망.
그리고 그대로 이어져 온 38살인 자신의 절망.
그녀의 사랑은 불륜이기에 더 애틋하고 열정적이고 하진 않다.
다만 그들의 깊은 애정은 그 상황이기에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게 위태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처럼 웨하스로 만든 의자인지도.
살짝만 건드려도 우수수 무너져버릴 것 같은.
그녀의 애인은 그녀의 완벽한 울타리가 되어 준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안에서 위태로움과 동시에 안락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안락함을 벗어나는것은 죽음과도 같았을 것이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살 수 없었을 그녀는 죽음과 같은 선택을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영원히 절망에 사로잡힌 어린아이로 살아야 하므로.
소설은 굵직한 큰 사건 없이 미묘한 감정의 변화로 흘러가는데 짤막하고 담백한 글들 속에 느껴지는 그 감정들이 너무 좋았다.
그런점들을 좋아하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에쿠니 가오리의 팬으로 살아왔던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참 좋았다.
책장에 있는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틈날때마다 다시 읽어보고싶어졌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