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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살의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6
나카마치 신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나카마치 신이 1982년에 간행했다던 <천계살의>는 <모방살의>, <공백살의>, <삼막살의>, <추억살의>로 이어지는 '살의' 시리즈 중 하나로, 첫 번째 <모방살의>는 이미 출간되어 나와 있는 상태이다. 나는 아직 <모방살의>를 읽어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천계살의>는 재밌다. 가독성도 좋고 새로운 사실들이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터라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야규 데루히코'라는 작가는 어느 잡지의 추리소설 현상공모전에 입선하여 한때는 잘나가는 작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2년 전쯤부터는 지지부진한 성과로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추리세계>라는 잡지 편집부 소속인 '하나즈미 아스코'에게 '문제편'의 소설을 본인이 쓰면 다른 작가가 '해결편'을 쓰고 다시 범인의 입장에서 본인이 '해결편'을 쓰는 식의 릴레이 추리소설 집필을 제안한다.
그러나 '문제편'을 아스코에게 넘긴 후 야규는 실종이 되고 며칠 뒤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 전에 아스코는 야규가 준 원고를 읽고 어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어 찾아보니 반 년 전 실제 있었던 사건의 내용과 관련된 인물의 이름까지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야규의 소설뿐 아니라 실제 일어난 그 사건에도 의문이 생긴 아스코는 단독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사건', '추궁', '수사', '진상'으로 나누어져 전개되는 이 책은 서술트릭을 담고 있는 추리소설이다. 차근차근 아주 꼼꼼히 읽었지만 결국 나는 범인 찾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사건이 전개되고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 나가는 이런 종류의 추리소설이 근래에는 출간 빈도가 낮은 것 같아 이런 추리게임을 기다렸었는데, 반전을 알아차려 범인을 찾겠다고 읽으면 읽을수록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인물의 수는 거의 제한되어 있다. 사실 다른 나라 사람의 이름은 그게 그거 같고 헷갈리는데 이 책의 인물들의 이름은 별로 헷갈리지 않았다. 그런데 여러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사건 전개 때문인지 장소는 조금 헷갈렸다. 또한 그렇게 장소를 옮겨다니며 전개되는 것 때문인지 마쓰모토 세이초의 '시간의 습속'과 조금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술트릭이라고 해서 반전을 찾아 보겠다고 각종 사례를 생각해보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결국 후반으로 갈수록 그냥 책에 빠져 아무 생각없이 읽었던 것 같다. 정교하고 대담한 트릭을 구사하여 독자에게 두뇌싸움을 걸고 있지만 패배하더라도 "이거 한방 먹었는걸!"하는 쾌감이 남을 것이라는 첫 장의 '아유카와 데쓰야' 작가의 말처럼 나는 그냥 '한방 먹지 뭐.'라고 생각하며 책에 빠져버렸다.
추리소설로는 한 가닥 한다는 추리소설 마니아들도, 이제 막 추리소설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입문자들도 이 책을 보면서 꼭 범인찾기에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나머지 '살의' 시리즈도 꼭 읽어보고 이번에는 반전을 꼭 맞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