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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점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2월
평점 :

워낙 추리, 스릴러 소설 좋아라하지만 주로 일본 추리소설, 유럽쪽 스릴러소설이 유명해서 그런지, 실제로 재밌기도 하고 해서 개인적으로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작가의 추리나 스릴러 소설은 요 근래 와서 꽤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읽었던 모든 작품이 다 재미있었다는 것은 다른 나라 작품도 그렇겠지만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김성한 작가의 <달콤한 인생>이나, 김희재 작가처럼 방송작가 출신인 박연선 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와 같은 책은 해외 추리, 스릴러 소설보다 훨씬 좋았다. 한국 추리, 스릴러 소설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도 재밌다. 강렬한 표지만큼이나 첫 장면부터 강한 한 방이 있었다. 그리고 중간쯤에서의 반전, 마지막 또 한 번의 강렬한 반전이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완벽녀, 여대생이 닮고 싶은 유명인 1위의 자리를 몇년째 지키고 있는 아나운서 '최선우'가 화가 겸 미술교사 '서인하'의 작업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인은 경추골절.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진 것인데 서인하는 자신이 최선우의 섹스파트너였으며 사랑하는 사이었다고 주장한다.
정치하는 시댁과 고위공무원 남편을 둔,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아나운서가 과연 무엇이 부족해서 미술교사와 그런 사이가 된 것일까. 아니 그보다 미술교사의 말이 과연 진실일까?
작지만 강단 있는 유부녀 검사 '강주희'가 이 사건을 맡아 지능적이고 감각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강간이냐 화간이냐,
살인이냐 자살이냐,
조작이냐 증거냐.
한국 스릴러 소설을 읽을 때면 한국 영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워낙 한국 영화 중에서 스릴러 쪽이 발달했기도 하고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영화를 즐겨 보기도 해서이다.
정치인이 나오는 범죄 영화나 조폭들과 형사들이 나오는 스릴러 영화처럼 검사와 범인이 대치하는 심장 쫄깃한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밌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정적인 장면이 많으니 19금 스릴러로^^
평면에 입체감을 주기 위해 기준이 되는 선을 연결하는 '소실점'. 여러 소실점을 찍어가며 다방면에서 최선우를 바라본 서인하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장면은 너무 아름다워서 마치 머리 속에서 그 장면이 그려지는 듯 했다.
이런 스릴러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이럴 줄이야. 영화를 만든 작가라서 그런지 확실히 다르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