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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시런니가 필요해 - 인생 신생아 은시런니의 사이다표 드립뱅크
유은실 지음 / MY(흐름출판) / 2017년 7월
평점 :

친언니가 있어서 이 마음 잘 안다. 어릴 때는 눈만 마주치면 머리 쥐뜯고 싸웠지만 둘다 대학생이 되고 난 후부터는 함께 영화보고 옷사고, 고민도 털어놨더랬다.
가끔 속이 너무 답답할 때면 언니한테 슬쩍 얘기하곤 한다. 그러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듯 대화하다가 답이 발견된다. ㅆㄴ이 그래도 나보다는 좀 더 어울리는(?) 언니의 얘기들은 굳이 정답이라기보다 지혜롭게 풀어가는 방법들이었다.
이 책은 요런 식으로 매일 하루 한장씩 읽던지, 아니면 하루 하나씩 썼던지. 1년 365일 총 365편의 그림에세이가 담겨 있다.
365편이기에 너무 많아서 어떤 글과 그림은 맘에 별로 감동이 없는 평범한 것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그만큼 많은 글이 담겨 있기 때문에 내 맘에 쏙 드는게 꽤 있었다.
그냥 지나가고 별 생각 안했던 것들이 다시 생각나고, 꼭 지금의 내 상황 같아서 한 번 더 읽어보게 되는 공감글들이었다. 원래 그림에세이를 읽으면 희망을 찾게 되는 것보다는 위로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고픈 요즘. 끊을 수 없지만 잇기 싫은 관계나 혹은 자연스럽게 잘 형성된 관계도 그냥 다 버리고 나 홀로 외롭게 있어보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든다. 은시런니가 그런 마음을 대변해 주었다.
표지에서의 은시런니는 ㅂㅅㄴ보다 ㅆㄴ이 편하다며 나에게 ㅆㄴ이 되기를 권하는 듯 보였으나 다 읽어본 지금 볼 때 은시런니 본인은 그런 모진 사람이 아닌 듯 하다. 따뜻한 옆집 언니 같은 은시런니는 오히려 ㅂㅅㄴ들의 마음을 더 잘 알아주었다.
매력적인 그림에세이. 그나저나 다이어트는 정말 모든 여자들의 미해결 과제인가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