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럽 - 당신들이 아는 유럽은 없다
김진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된 유럽, 오래된 한국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유럽> 서평을 감히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독문학과를 나왔고 독일과 스위스에 체류한 적도 있지만, 이 책의 필자만큼 오래 체류하지도 못했고 독일어도 유창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감히 이 글을 쓸 만한 역량이 되는가도 생각해봤습니다. 단지 저의 관점으로 풀어쓴 것이라 전제하고 서평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유럽에 관광을 다녀왔고 유럽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비록 미국이 서구 세계의 패권 국가라 하지만, 유럽은 문화적인 소프트파워로 전세계인들이 사랑하고 선망하는 대륙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러한 고정관념(stereotype)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줍니다.

 

필자께서 스위스에 계시면서 느꼈던 많은 것들, 생생한 경험들은 이 책에 녹아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관광만 할 게 아니라 유럽과 밀접하게 교류하고 싶은 분들은 꼭 이 책을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유럽은 난민 문제, 국가 간 경제적 격차, EU와 개별 국가의 권한 문제 등으로 정치적 혼란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닥치면서 혼란상이 극에 달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이탈리아인 의학도는 경제가 붕괴되었는데 내가 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 한탄할 정도였습니다.

 

다만 코로나와 경제 불황, 빈부 격차, 정치적 갈등 등의 문제는 유럽에만 있는게 아니라 오늘날 전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오래된 유럽오래된 한국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유럽을 주목해야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저자와 생각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스위스의 국민투표 제도를 저자는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봤는데, 유발 하라리를 인용하면서 투표를 감정의 인형극이라고 합니다. (98)

 

그러나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비록 스위스의 국민투표 제도를 찬양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한국에선 국회와 행정부가 너무 많은 입법을 하고, 제정된 법률들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사실상 엘리트나 정치인들이 통치를 하고 국민들은 그저 시키는대로 따르는게 아닌가라는 느낌이 드는 때도 많습니다.

스위스식 국민투표 제도는 국가의 중요한 결정이나 법률을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이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물어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한국의 정치는 진영 논리, 인물, 지역, 성별, 세대 별로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슈 파이팅(Issue Fighting)이 없는게 아니지만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당이 같아도 지지하는 후보나 세력이 다르면 원수 같은 사이가 되는게 한국 정치의 현실입니다. 제가 아는 지인은 한국의 시골 지역에선 특정 정당의 후보가 계속 당선되는 경우가 많은데 경선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끼리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어차피 정치란 대립이 불가피합니다. 이왕 대립할 거면 이슈 중심으로 대립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한국 정치의 구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한국에서 독일에 유학갔다왔거나 경험하신 분들 중에는 독일식 내각제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독일의 토양과 정서가 다르고 내각제 개헌을 할 만한 정치적 동력이 없습니다.

국민투표는 국민투표 시행규칙이 1989년에, 국민투표법이 2016년에, 국민투표 시행령이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현행 법 체계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스위스식 국민투표가 한국에 도입되는게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있지만, 투표하는데 드는 예산과 편익이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손실보다 더 크다고 여겨집니다.

 

관광은 정말 피상적인 것입니다. 관광지로서의 유럽만 보지 마시고, 실체로서의 유럽을 보시기 원하신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긴 서평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국민투표와 선거가 언제나 인간의 느낌에 관한 것이지 이성적 판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며, 국민투표를 ‘감정의 인형극‘에 비유했다. - 98쪽 - P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