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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평점 :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저자 임성순 소설책이 도착했다.
이 책은 단 표지와는 다른 내용들이 가득 담겨있는 책으로,
<몰>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 계절의 끝> <불용> <인류 낚시 통신>
총 6편으로 묶여있는 단편 소설책이다.
6편 모두 각자의 신선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6편중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몰>에 대해 말하고 싶다.
첫 단편 내용의 시작인 내용이면서 가장 임팩트 있는 내용,
막 사회에 나온 갓 전역한 '나'는 철거예정인 집에 돌아오게 되면서
어려운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누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등록금을 벌러 인력사무소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소재 봉선화 꽃,
집 마당에 심어진 봉숭아꽃은 '나'에겐 소중한 추억과
돌아갈 수 없는 소재로 작용되며
이야기의 흐름의 시작과 끝을 만들어준다.
일명 곰방이라는 벽돌이나 타일 목재들을 옮기는 막노동을 하며 보내는 '나'는
마당에 핀 봉선화 꽃이 낯설게 느껴진 이유를 알게 된다.
이제는 누나가 손톱에 물들이지 않기에 ,,
꽃송이가 맺혀있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중학교 2학교 때였나? 아파트 사는 옆자리 애가 내 손가락을 보고 그러는 거야,
너 되게 촌에 사는구나, 이런 것도 하고, 실은 그때부터 창피했어,
꽃물 들이는 거, 아파트로 이사 가자고 노랠 불렀던것도 그때부터였나,
근데 아빠는 바보같이 매년 봄이면 딸 손가락에 물들이라고
봉선화 씨를 뿌렸지, 딸이 자라는 건 모르고 "
p19
지나간 시간에 아쉬움과
어린 나이에 느낄 수치심과 창피함에 대해
누나가 말하며 현실이란 또 다른 진짜 세계를 느끼게 하는 나와 누나와의 대화,
참 안타까운 현실이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졌던 구절이었다.
어느 날,
인력사무소에서 보낸 곳은 쓰레기 산의 정상 한가운데,
얼마 전 매립종료를 선언한 난지도의 정상인 곳,
이곳에서 트럭이 무너진 백화점의 잔해들이 오면
시체를 찾아내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경찰 둘과 붙어 소대장 지시에 맞춰서 시체를 찾는 일,
하나둘 작업을 시작하고 시체 조각을 찾아내는 작업자들,
그런 상황 속에 아저씨들은 귀금속과 금시계 따위를 주워
주머니가 볼록해지기도 하는 현실도 보여준다.
그러던 중
"나"는 봉선화 꽃을 물든 손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 느낀 씁쓸하고도 참담한 현실에 "나"는
그 손이 누나 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난 그저 죽은 이의 손을 발견했다. 내 일이었고, 할 일을 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이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은 철거된 담배 가게나,
무너진 백화점처럼 산산조각 나버린 채 쓰레기 섬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p37
그렇게 작업이 끝난 후 작업자들은 집에 가며 손에 대한 이야기를 여자였을까 남자였을까 하는 이야기와
"나" 가 느끼는 한 문장으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p39
이 단편을 읽고 세월호와 삼풍백화점 외 떠오른 나는 저자의 말을 얼른 읽어보고 싶었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 단편을 쓴 건지 궁금했기에 ,,
역시 저자의 말에서 볼 수 있었다.
조심하고 조심하며 단편의 해석을 도와주는 저자의말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나라는 사람이 글 쓰는 작가로 얼마나 무력하고
무능한가를 실감하게 한 소설입니다. 무언가 더 좋은 훌륭한 길이 있었는데
찾지 못하고 이 정도밖에 쓰지 못한 것이 아닐까,
다시 읽으면 매번 이런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그래도 생각을 돌아 돌아 쓰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잘 쓰진 못했지만 써야 했으며, 썼을 뿐입니다."
p233 작가의 말
나 역시도 이 단편이 여운이 가장 길고
깊게 느껴지는 이유를 밝히기가 쉽지 않지만
이 책을 읽기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단편들은 굉장히 묵직하고 깊게 느껴지는 내용과 단어들이 한데 어우러져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장편처럼
한편의 영화들을 본 것처럼 인상 깊게 다가왔다.
특히, 저자만의 진지하고 여운이긴 필력들이 임성순 이라는 사람의 깊이를
나타내는 것만 같아 참 글을 잘 쓰신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라는 저자의 말처럼
까다로운 취향의 독자들이어도 적어도 한 가지는 마음에 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나는 6편 모두 흥미롭게 읽었으며
두꺼운 장편소설보다 더 재밌게 읽어서
즐거운 독서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단편들을 즐겨읽는 사람들에게 추천하지만
장편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느껴지기에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