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내가 마주한 지금 그리고 여기here and now 의 삶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너무나 식상한 그 말을, 나는 지금껏 한 발자국씩 몸소 증명하며 살아왔다. 또 미래에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로 가는 길이 반드시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진심으로 열정을 품고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없던 길이 열리기도 하는 게인생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린다.
는 것. 누구도 가지 않는 길, 위험하다고 모두가 회피하는길, 실패가 자명한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이 오히려 더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일도 많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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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발병한 지 4개월 만인 2017년 9월부터 장기 병가를냈다. 2000년에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후 한국과 미국에서 수련을 마치고, 또 교수로서 배우고 가르치면서 오로지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일념하에 17년간 달려왔는데, 그런 나의 삶이 한순간에 완전히 멈춰버린 것이었다. 순풍을탄 배처럼 내가 마음먹은 대로 물 흐르듯 흘러가던 삶에 병이라는 존재가 회오리바람처럼 나타나 나라는 존재를 완전히 휩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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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을 후려치는 가죽 채찍 소리.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 속을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 번 깨어나면 몇 시간씩 잠을이루지 못하고 위태로운 생각을 하며 불안해하거나 기운이 빠져서 약해졌다. 그를 망가뜨린 것은 스펜서가 아니었다. 2호실에서 잠들어 있는 새로운 적이나 감독관도 아니었다. 그가 싸움을 그만두었다는 점이문제였다. 소등 시간까지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 위해 고개를 수그리고조심스레 행동하면서 그는 자신이 이겼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자신이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잘 지내고 있으니, 니클에 한 방 먹인 셈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는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킹 목사가 옥중 편지에서 말한 검둥이들처럼 변해버렸다. 오랫동안 억압당한 끝에 그냥 현실에 안주하며 멍해져서 그 현실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침대로 여기고 잠드는 법을 터득한 검둥이.
마음이 좋지 않을 때는 해리엇도 그런 검둥이로 치부해버렸다. 그런데 이번에 실제로 만난 할머니는 엘우드 자신처럼 쪼그라들어서 정말로 그런 검둥이처럼 보였다. 한때 거세게 몰아친 적이 있으나 지금은누그러진 바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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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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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것.…… 놀이공원 펀타운의 텔레비전 광고, 멍청이처럼 즐겁기만 한 음악과 범퍼카와 롤러코스터와 원자로켓. 다른 아이들은 가끔 그 놀이공원 이야기를했다. 자유세계로 다시 나가면 거기에 갈 것이라고, 터너가 보기에는멍청한 소리였다. 사람들은 그렇게 좋은 곳에 유색인종을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로켓이 있었다. 깜박거리는 수많은 불빛들에 휘감겨 뾰족하게 별들을 향해 뻗어서 이륙 순간을 기다리는 로켓. 보이지 않는 어두운 행성을 향해 어둠 속으로 발사될 로켓.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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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우드는 진심으로 터너의 충고를 따를 작정이었으나 자신의 다리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잠시 동안 좌절감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병동에서 닷새를 더 보낸 뒤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수업과 노동을 하는 나날이었다. 이제는 그도 여러 면에서 여기니클의 아이들과 같았다. 침묵의 미덕을 받아들였다는 점도 포함해서.
할머니가 면회를 왔을 때, 그는 쿡 박사가 다리에서 붕대를 제거한 뒤화장실에 가려고 차가운 타일 바닥을 걸으며 무엇을 보았는지 말할 수없었다. 그때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본 엘우드는 할머니의 심장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게 만든 자신에 대한 수치심 또한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사리져버린 할머니의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할머니와 아주 멀리 떨어져 살면서 지금 이 순간만은 할머니 앞에 앉아 있었다. 면회 날 그는할머니에게 잘 지내고 있지만 슬프다고, 힘들지만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이 사람들이 나한테 이런짓을 했어요, 할머니. 이런 짓을 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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