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우울증 - 행복한 출근을 위한 직장인 심리 카운슬링
아라이 치아키 지음, 정정일 옮김, 하지현 해설 / 이매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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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직장인들에게 어김없이 발발하는 '월요병'이라는게 있다. 금요일 오후엔 별다른 약속이나 좋은 일이 없는데도 괜히 기분이 들뜨는것과 정반대의 상태라고 설명하면 될 듯 싶다. 난 일요일 저녁에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조금씩 우울해지는데 개그때문에 웃다가도 '내일 출근해야 하는구나, 시간이 안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업무를 다 마무리짓지 못하고 금요일에 퇴근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좋다가도 월요일날 밀린 업무를 처리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나만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얻으려고는 하지만, 가끔은 묻고 싶다. 회사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요? 

저자는 이를 '회사 우울증'으로 명명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개인 우울증이 아니라 회사 우을증 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왜 이렇게 와 닿는건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와 사례가 일본인들 이지만 같은 직장인이고 우리나라와 업무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인지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한국과 일본은 서양에 비해 경직된 기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어렵기 때문에(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마음의 병을 앓고있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는 풍토와 더이상 종신직장이 없고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비정규직과 적성 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리는 회사원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을 읽기전까진 '회사 우울증'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경각심과 관심이 많이 생기고는 있지만 직장인들의 '회사우울증'은 화두가 되지 못했다. 일은 어렵고 힘든게 당연하고 스트레스는 술로 풀거나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가 나서야 할 필요성조차 제기되지 못했다.  

회사 직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인 산업의인 아라이 치아키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직원과 상사들을 인터뷰 하면서 '회사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들이 많다는것을 알게됐다. 대부분의 회사는 복지에는 신경을 쓰지만 직원들의 정신건강에까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진 않기 때문에 관심 이외의 문제였고 그래서 더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나 조차도 이 책을 읽기전까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고 모두 다 그러려니 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회사 우울증이 자칫 위험한 결과를 낳을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그저 개인의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업무가 주는 스트레스와 우울증 이라면 반드시 회사가 알고 치료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회사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했는데 대화가 없는 분위기, 몸이 망가질 정도로 과도한 업무,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이 있었다.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과 부당한 대우등도 많은 직장인들을 퇴사하게 만들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게 한다. 직장 일을 하면서 느끼는건 불필요한 관행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을 함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거나 직원간의 의사소통이 원활이 안돼 오해가 생기기도 하는데 다들 문제점을 알고있으면서도 없애거나 고치지 않는다. 결국 불신감만 깊어지고 감정만 상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해 지면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온전히 직원들의 몫이 된다. 이렇게 되면 회사 가는게 즐겁지 않고 마음 붙이기는 쉽지 않아 또 그만두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직장인의 70%이상이 회사 우울증을 겪고있다면 더이상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직원들의 정신건강에 참여해야 한다. 몸이 다쳐야만 산재가 아니라 우울증도 회사가 책임져야 할 문제로 인식한다면 직원은 회사를 믿을수 있고 일에서도 능률을 보이게 될 것이다. 과도한 업무가 한 생명을 앗아갈수도 있음을 깨닫고, 우울증 치료가 나쁜게 아님을 인식시키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날로 높아져가는 회사우울증에 걸린 직장인들의 고통이 차츰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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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새 박스/새 봉투 인증샷 찍고 적립금 받자!

 

 저 같이 둔한 사람은 새 박스가 바꼈다는 걸 잘 못 느끼겠어요.  

자세히 보니 알겠는데, 이제는 전에 어떤 모양인지 기억이 안나는군요. ^^;; 

그래도 깔끔하고 안전하게 포장되어져있고 색깔도 진한 파랑색이라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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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사이언스 토크토크 - 세상 모든 유혹에 대처하는 명쾌한 과학 사용법
이덕환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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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정보가 곧 힘이다'라는 말로도 풀이 될 수 있다. 진실보다 과장된 말과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만큼 알고 있는게 많아야 한다. 그래야 TV 와 뉴스에서 보도되는 것에 따라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휘둘리는게 바로 건강에 관한 것이다. 익숙한 과학 용어가 들어가고 전문가의 견해가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도 하지않고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섭취하고 과다복용도 한다. 그런 뉴스를 접할때마다 아버지는 "자연에서 난 것 중 인간에게 해로운게 몇이나 될까?" 라고 하셨는데, 나도 채소와 과일이 인간에게 해롭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 그럼에도 무슨 품목에서 대단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쓰인 기사가 나오면 때론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는게 우리 사회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거라도 과하면 해롭다는 말을 명심해야 하는데 말이다.

저자 이덕환씨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뉴스 보도에 숨겨진 진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거짓이 전문가와 기자의 입을 통해서 사실이 되고 사람들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는 과정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좁쌀만한 사실을 가지고 거대하게 부풀리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농락당한 기분을 숨길순 없다. 특히 우리 몸과 관련된 정보라면 더 그렇다. TV 고발 프로그램이나 건강프로를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먹을 게 없고,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느껴져 두렵기까지 하다. 특히 소비자들은 인공향신료와 방부제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낀다. 이건 나 역시 마찬가지로 천연,유기농 이라고 쓰여진 제품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 그렇지 않으면 웰빙시대에서 도태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할 평범한 한 토막의 과학 상식을 마치 엄청난 비밀을 어렵게 밝혀내기라도 한 듯한 요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비행 중 우주 방사선 노출을 막을수 있는 방법이 없고 지표면에서 높이 올라가면 방사선의 양이 늘어나는게 사실인데, 마치 비행을 하면 엄청난 방사선을 쏘인다는 보도 처럼 말이다. 그리고 식품에 공업용 에탄올이 사용돼 소비자의 불안감을 증대시킨 적이 있는데, 공업용 에탄올은 주세 때문에 일부러 쓴맛을 내는 물질이나 인체에 독성이 강한 첨가제를 넣어 만든 변성 알코올이다. 그런데 마치 정체를 알수없는 불순물을 식품에 쓴 것처럼 보도했다. 이는 공업용 에탄올의 정체를 몰라서이다.

과일 통조림을 만들때 사용하는 맹독성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은 충분히 제거돼 안전에는 이상이 없지만 마치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보도되고, 옥수수에 넣은 사카린은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배설돼 괜찮지만 이젠 넣지 않고 있다. 음식을 통해서 충분히 섭취할수 있는 미네랄을 마치 신비한 효능을 가진 물질로 포장해 생수를 비싸게 팔고, 유산균이 언제나 유익하다고 판단해 이곳저곳에 유산균이 많다고 홍보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다.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사실과 다르거나 한쪽의 일방적인 보도는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이는 비단 음식에 국한된게 아니다. 값싸게 만들수 있어 옛선조들의 생활용품인 옹기를 살아숨쉬는 그릇 이라며 전통식품의 발효에 큰 효과를 본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작은 구멍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흡착력도 떨어진다. 이런 옛것에 대한 근거없는 신비감 조성은 우리나라에서 일곱번째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에서도 볼수 있다. 동의보감은 역사적 가치는 분명히 있지만, 이 책에 실렸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의 건강 비법이 된다고 홍보하는건 옳지 않다. 의학적 가치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겠고, 소비자들은 무턱대고 믿는걸 지양해야 한다.

이덕환씨가 가장 경계하는건 바로 엉터리 과학이다. 심지어 정부,전문가,대기업의 주장도 믿을수 없다고 한다. 세계적 천체 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엉터리 과학을 '사회를 어둡게 만드는 악령' 이라고까지 했다. 그 수많은 거짓 정보들 속에서 우리가 믿을건 건전한 상식 이라는 말이 너무도 와 닿는다. 그리고 인간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살아가려면 불가피하게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음식을 먹으며 살아갈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마치 그런것을 먹으면 금방이라도 암 이라도 생길것처럼 여긴다.

그러는 대신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하고 선택할수 있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 요즘 나오는 껌 광고를 보니 천연치클로 만든 껌을 씹을텐가, 합성고무로 만든 껌을 씹을 씹을텐가 묻는게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당연히 천연치클로 만든 광고 제품을 먹겠다고 할테지만 이제는 아니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화학물질이 무조건 몸에 좋다는 생각은 버리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내 개인선택이다. 난 정보를 알고 난후에 선택했고 무작정 '화학물질'에 거부감부터 갖지 않겠다라고 결심했기에 내린 결정이다.

우리가 그토록 거부하는 방부제 대부분이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물 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있는가? 이 책을 읽고나면 분명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나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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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Speaking Grammar (교재 + MP3 CD 1장) - 스피킹에 필요한 기초영문법 토마토 OPIc
한진 지음 / 능률교육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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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기초가 튼실해야 한다. 가나다라 도 모르는데 문장을 지어낼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영어를 공부할때 만큼은 이런 당연한 진실을 외면하게 된다. 중학교때부터 배운 영어인지라 기본적인건 다 안다고 여기고 자신을 초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 풀지도 못할게 분명한 어려운 영어교재만 샀다. 책 표지에 '기초'가 들어가는건 이제 막 영어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만 봐야하고, 난 초급자가 아니라고 강하게 항변(?)하며 외면해왔다. 그리고 어려운 교재만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이제는 창피를 무릅쓰고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두께도 얇고 책소개를 보니 초보자를 위한 문법 공부가 쉽게 설명되어 있다고 하니 동생과 같이 공부하기도 좋을 것 같아서다. 그리고 MP3가 들어있는 CD도 부록으로 있으니 공부하기에 수월해 보인다.

  

영어 교재를 사면 언제나 마음이 뿌듯한데(오래 가지를 않아서 그렇지) 이번 책은 정말로 쉬워보여서 짧은 시간안에 다 풀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설명 그대로 군더더기가 없다. 예문과 단어가 짧고 쉬워서 괜히 겁먹게 하지도 않는다. 거기다 귀여운 그림까지 곁들여져 있어 아이들을 위한 영어책 같은 느낌도 든다. 간단하게 문장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를 설명해주고 예시를 들어준다.

그리고 곧바로 [Exercise]를 통해 직접 문장을 만드는 연습을 한다. 맨 밑에 정답이 나오고 CD를 통해 발음을 듣고 따라해볼수 있다. 보기에 나오는 단어들의 뜻도 옆에 적혀있어 굳이 사전을 뒤질 필요도 없다.

  

문형,단어,구,절,문장,영어식 발상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실전 적용]차례가 나타난다. 지금까지 배웠던 기초를 바탕으로 TOEIC Speaking 과 OPIc 담화유형에 도전하는 장 이다. 시험에 나오는 영어 문장들을 45초내에 읽어야 하는데 그 방법과 주의점을 일러준다. 사진 묘사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야하는데 여기선 맛보기 수준으로 나온다. 이 책은 최소한의 기초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심어주고 시험의 유형등을 알려주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충실해 보인다.

 

책을 사니 부록이 같이 왔다. 난 이런거에 너무 약한데~!!얇으니 가방에 넣고다니면서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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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공생을 꿈꾸다
요로 다케시 지음, 황소연 옮김 / 전나무숲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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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전까진 곤충을 사랑하고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곤충학자나 일부 사람들만 취미로 곤충채집을 하는줄 알았지, 요로 다케시처럼 인생의 1순위가 곤충인 '곤충쟁이'들이 이토록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곤충을 잡아서 어디에 써먹느냐는 지극히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세상엔 다양한 물품을 집착이라 표현할 정도로 모으는 사람들이 많은데 설마 곤충이 거기에 껴 있을줄은 몰랐다. 게다가 책을 읽어보면 일본내엔 곤충쟁이들이 많다는걸 알수있는데, 동남아 등 다른 나라에 원정까지 가 자신이 원하던 곤충을 채집까지 한단다. 갖고 싶고 보고싶은 곤충을 얻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들을 보면서 보통 사람들(곤충에 관심없거나 싫어하는)은 이해가 잘 안될 것이다. 나 부터도 곤충쟁이들의 삶이 그저 신기하고, 요즘 말하는 화성인 처럼 보인다.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많은 저서를 쓰며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존경받는 요로 다케시는 '곤충쟁이'의 대표적 인물이다. 어린시절부터 풍부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살며 다양한 곤충들을 만났고 채집하는 즐거움은 노인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곤충 이야기엔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 할 그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릴 정도로 그는 곤충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런 곤충쟁이의 마음을 사람들은 이해해주지 않는다. 산과 들로 돌아다닐 시간에 능률적인 일을 하는게 이득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그는 무수히도 받았다. 그럴때마다 곤충채집을 하면서 얻은 기쁨을 설명해주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의구심은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들에게 곤충은 보이지 않는 세상속에 살았고, 요로 다케시에겐 유일하고 행복한 세상을 대변해주는 것이었으니까. 

저자는 곤충채집에 나서면 모든 사고방식과 행동이 '기능'모드로 바뀐다고 한다. 그 기능주의가 세상의 형식과 가끔 맞지 않을 때가 있어 이해를 구하지 못할때도 있지만, 곤충쟁이에겐 우선 순위가 지극히 명료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1순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무엇이 가장 으뜸인지 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 순간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수가 없다. 지극히 곤충쟁이의 시선에서 설명하는 거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닌것 같다.  

곤충 때문에 승진에는 관심이 없는 형사의 이야기가 바로 요로 다케시가 말한 기능 모드일 것이다. 그에겐 1순위가 곤충 이었고, 자연스레 승진과 돈 명예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몇십년 동안 말단형사로 남아있었는데 그 자신은 너무도 만족해했다. 높은 진급으로 승진되면 돈과 명예는 주어지겠지만 곤충을 잡으러 갈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마 주변 사람들은 "고작 곤충 때문에?"라는 반응을 보였을게 틀림없다. 하지만 무언가에 열정을 갖고 행복을 느낄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는 세상에서 그런 형사의 모습이 조금 멋지게도 보였다.   

요로 다케시가 일본 사람들은 모두 '인내회' 회원이라고 하는데, 그건 일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걸 포기하고 인내하며 살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은 곤충을 잡으러 다니는 그에게 부럽다고 이야기한다. 그럴때마다 "그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잖아요." 라고 물으면 언제나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으니까 좋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꼭 곤충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모든걸 훌훌 털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나 진짜로 원하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부러움을 표시한다. 자신도 그들처럼 될수 있음에도(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에도) 미리부터 포기하고 시도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인내회 회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요로 다케시도 오랜 세월동안 곤충 채집을 하지 못했다. 바쁜 일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몇십년동안 너무도 변해버린 자연 환경에 있었다. 고도 경제 성장은 아름다운 자연을 불도저로 파괴했고,수많은 생물들을 멸종 시켰다. 강과 바다는 흙으로 메꿔지고 나무는 잘려나갔다. 자연을 뒤엎지 않으면 마치 인간이 살아갈수 없다는 듯 국토를 짓밟았다. 그런 시대속에서 그가 어린시절 만난 예쁘고 희귀한 곤충들은 사라졌고, 처참하게 파괴된 추억의 장소를 대면할수 없었던 그는 곤충채집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살아갈 시간이 무한하지 않음을 아는 그는 남은 생애를 그토록 사랑하는 곤충과 함께 하기 위해 다시 채집망을 집어들었다. 곤충은 마음먹은대로 잡히지 않고 시기,날씨,장소와 채집가의 건강상태에 따라 변한다. 그리고 계절 읽기도 중요해서 시기를 놓치면 한 마리도 구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시간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렇게 곤충과 만나며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걱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지금 채집한 곤충이 마지막 표본이 되지 않고 후손들이 볼수 있으려면 더이상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보존해야 함을 그는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특히 경제발전 때문에 많은 수의 곤충들이 멸종되는 상황에서 표본을 남기는건 개인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야만 한다. 열대우림이 파괴되는걸 막을수 없다면 우림에 어떤 생물이 살고있었는지를 알려주는 표본을 보존해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경제발전이 절실한 나라에게 자연보존 이라는 잣대를 내밀며 무조건적으로 해달라고 하는것은 불가능하고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 사람들을 위한 길이 만들어지며 요로 다케시 같은 관광객들이 밀림을 볼수 있듯, 자연친화와 개발 행위는 균형있게 해야하는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면에서 표본 보존은 미래를 위해 해야할 일이었다. 그래서 요로 다케시는 자신 뿐 아니라 수많은 곤충쟁이들이 평생 만든 표본을 전시할수 있는 공간을 찾았고, 마침내 곤충관을 짓기에 이른다. "워낙 곤충을 많이 살생했으니 곤충과 함께 죽었으면 한다"는 그의 말이 인상깊고 곤충쟁이 다운 말 같다.

그는 환경전문가도 아니고, 이 책에서 파괴되는 자연과 경제발전의 조화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곤충과 자연을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서 느꼈던 것을 토로하며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인간은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그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한다. 인간보다 지구에 오래 살았던 생물들이 짧은 시간안에 멸종되는게 과연 정상인걸까? 자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면 그 피해는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자연재해,광우병 파동 등을 통해 알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피해는 어쩌면 작은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니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면서 살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누구나 파괴되는 자연에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막상 방법을 몰라 실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연과의 공생을 꿈꾸는 그의 바램은 큰 울림을 지닌다. (책에 실린 글이 대부분 10여년 전 꺼라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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