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사이언스 토크토크 - 세상 모든 유혹에 대처하는 명쾌한 과학 사용법
이덕환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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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정보가 곧 힘이다'라는 말로도 풀이 될 수 있다. 진실보다 과장된 말과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만큼 알고 있는게 많아야 한다. 그래야 TV 와 뉴스에서 보도되는 것에 따라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휘둘리는게 바로 건강에 관한 것이다. 익숙한 과학 용어가 들어가고 전문가의 견해가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도 하지않고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섭취하고 과다복용도 한다. 그런 뉴스를 접할때마다 아버지는 "자연에서 난 것 중 인간에게 해로운게 몇이나 될까?" 라고 하셨는데, 나도 채소와 과일이 인간에게 해롭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 그럼에도 무슨 품목에서 대단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쓰인 기사가 나오면 때론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는게 우리 사회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거라도 과하면 해롭다는 말을 명심해야 하는데 말이다.

저자 이덕환씨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뉴스 보도에 숨겨진 진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거짓이 전문가와 기자의 입을 통해서 사실이 되고 사람들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는 과정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좁쌀만한 사실을 가지고 거대하게 부풀리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농락당한 기분을 숨길순 없다. 특히 우리 몸과 관련된 정보라면 더 그렇다. TV 고발 프로그램이나 건강프로를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먹을 게 없고,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느껴져 두렵기까지 하다. 특히 소비자들은 인공향신료와 방부제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낀다. 이건 나 역시 마찬가지로 천연,유기농 이라고 쓰여진 제품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 그렇지 않으면 웰빙시대에서 도태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할 평범한 한 토막의 과학 상식을 마치 엄청난 비밀을 어렵게 밝혀내기라도 한 듯한 요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비행 중 우주 방사선 노출을 막을수 있는 방법이 없고 지표면에서 높이 올라가면 방사선의 양이 늘어나는게 사실인데, 마치 비행을 하면 엄청난 방사선을 쏘인다는 보도 처럼 말이다. 그리고 식품에 공업용 에탄올이 사용돼 소비자의 불안감을 증대시킨 적이 있는데, 공업용 에탄올은 주세 때문에 일부러 쓴맛을 내는 물질이나 인체에 독성이 강한 첨가제를 넣어 만든 변성 알코올이다. 그런데 마치 정체를 알수없는 불순물을 식품에 쓴 것처럼 보도했다. 이는 공업용 에탄올의 정체를 몰라서이다.

과일 통조림을 만들때 사용하는 맹독성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은 충분히 제거돼 안전에는 이상이 없지만 마치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보도되고, 옥수수에 넣은 사카린은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배설돼 괜찮지만 이젠 넣지 않고 있다. 음식을 통해서 충분히 섭취할수 있는 미네랄을 마치 신비한 효능을 가진 물질로 포장해 생수를 비싸게 팔고, 유산균이 언제나 유익하다고 판단해 이곳저곳에 유산균이 많다고 홍보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다.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사실과 다르거나 한쪽의 일방적인 보도는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이는 비단 음식에 국한된게 아니다. 값싸게 만들수 있어 옛선조들의 생활용품인 옹기를 살아숨쉬는 그릇 이라며 전통식품의 발효에 큰 효과를 본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작은 구멍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흡착력도 떨어진다. 이런 옛것에 대한 근거없는 신비감 조성은 우리나라에서 일곱번째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에서도 볼수 있다. 동의보감은 역사적 가치는 분명히 있지만, 이 책에 실렸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의 건강 비법이 된다고 홍보하는건 옳지 않다. 의학적 가치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겠고, 소비자들은 무턱대고 믿는걸 지양해야 한다.

이덕환씨가 가장 경계하는건 바로 엉터리 과학이다. 심지어 정부,전문가,대기업의 주장도 믿을수 없다고 한다. 세계적 천체 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엉터리 과학을 '사회를 어둡게 만드는 악령' 이라고까지 했다. 그 수많은 거짓 정보들 속에서 우리가 믿을건 건전한 상식 이라는 말이 너무도 와 닿는다. 그리고 인간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살아가려면 불가피하게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음식을 먹으며 살아갈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마치 그런것을 먹으면 금방이라도 암 이라도 생길것처럼 여긴다.

그러는 대신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하고 선택할수 있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 요즘 나오는 껌 광고를 보니 천연치클로 만든 껌을 씹을텐가, 합성고무로 만든 껌을 씹을 씹을텐가 묻는게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당연히 천연치클로 만든 광고 제품을 먹겠다고 할테지만 이제는 아니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화학물질이 무조건 몸에 좋다는 생각은 버리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내 개인선택이다. 난 정보를 알고 난후에 선택했고 무작정 '화학물질'에 거부감부터 갖지 않겠다라고 결심했기에 내린 결정이다.

우리가 그토록 거부하는 방부제 대부분이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물 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있는가? 이 책을 읽고나면 분명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나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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