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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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교수님의 자서전 '대화'를 너무나 감명 깊게 읽었다. 정식명칭은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한길사)이다. 교수님이 2000년에 뇌출혈을 일으켜 직접 집필을 할 수 없어 문학평론가인 임헌영 교수와의 대담 형태로 출판되었다. 

책을 읽은 소감은 한마디로 '감동 그 자체'이다. 봉우언니가 어제 다녀갔는데, 언니도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언니는 '존경하는 분이 생겨서 참으로 기쁘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스승님을 한분 모시게 된 것 같다. 

내가 리영희 교수님의 성함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시절이었다. 그때 리영희 교수님은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8억 인과의 대화' 등의 저서를 통해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서 양심적인 지식인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1929년 일제가 문화통치를 포기하고 무단통치로 넘어갈 무렵에 태어난 리영희 교수님은 일제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어지러운 해방정국에 대학생활을 마쳤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군에 입대하여 전투가 치열한 전선에서 7년간의 군복무 생활을 한다.  

전쟁터에서 미군 수뇌부의 통역병을 하면서 그는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그의 체험은 동족상잔의 비극은 물론, 당시 군대를 통해서 본 남한 사회의 모순, 미국의 패권주의 등 폭넓은 것이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바로 언론사에 입사해 군복무시절에 가졌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3세계의 현실을 파헤치고 우리 사회의 모순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등 10여 년간 정력적으로 활동한다. 그의 글은 전후 비이성적이고 캄캄한 시대에 한 점 빛과 같은 존재였다.  

언론사 생활을 하면서 제3세계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졌던 그는 이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1972년부터 한양대 교수로 재직한다. 기자시절 이후 리영희 교수가 특히 천착한 분야는 '베트남'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분단현실'이다. 교수님은 미국-베트남 전쟁 당시 15년간 베트남 인민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서 잠자리에 든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고 한다.  

한국-베트남 수교협정을 맺을 당시 교수님은 '수교협정에 앞서 베트남 인민에 먼저 사과하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독립 운동가들이 정약용 선생의 기일에 제사를 지냈다는 글을 어느 책에서 본 대목이 떠오른다.  

말이 좋아 기자, 교수이지 그의 삶은 가난과 감시와 투옥 등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삶의 여정을 소개하는 과정은 긴박감이 넘치는 한국의 현대사다. 어느 현대사 책도 이보다 더 잘 정리될 수는 없다.  

과거 내게 리영희 교수는 이 땅의 양심적 지식인이었다면, 지금은 위대한 구도자의 모습이다. 동시대에 리영희 교수님 같은 위대한 분과 함께 호흡을 하며 살았다는 데 대해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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