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열전 -상 까치동양학 26
사마천 지음 / 까치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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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익 선생님은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에서 여러 차레 사마천에 대해 언급을 하셨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위대함에 대해서...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사마천의 사기가 나의 관심영역에 들어왔다. 까치글방에서 나온 3권짜리 <사기열전>을 2-3달에 걸쳐 읽었다.

중국 상고시대인 황제로부터 한나라 무제(BC 101)까지 역사에 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흥망과 영욕을 70편에 걸쳐 다루었다.  

첫편은 은나라 말 형제 간에 임금 자리를 서로 양보하고 수양산에 들어갔으며 주나라가 은을 멸하자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백이숙제의 이야기를 담은 '백이열전'이며, 마지막 편은 조상 대대로 역사를 주관해온 사마천 자신의 집안 내력과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인생을 걸고 사기를 짓게 된 배경, 사기의 구성체제 등을 다룬 '태사공자서'이다. 

이 외에 기억나는 인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비천한 처지였으나(이때부터 포숙아가 관중의 인물됨을 알아봄) 결국은 제나라의 최고의 관직에 올라 제 환공의 패업을 이루게 했던,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 
사마천이 공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존경했던 노자, 그리고 공자  
아버지와 형이 비명에 가고 용맹과 지혜로 오나라를 위해 공을 세웠으나 역시 비명에 간 오자서
합종을 주장한 소진과 연횡을 주장한 장의(내 소견으로는 둘 다 천하의 사기꾼),
개혁정치를 통해 진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법가의 상앙(그러나 진나라는 법가의 강퍅한 사상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 것 같다)
진나라 장수로서 백전백승하여 조나라의 40만 대군을 생매장시키고 결국 조나라를 멸망시킨 백기
문객과 선배들을 좋아하여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명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은  맹상군 등등
비천한 처지에서 때를 기다리고 결국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일으키는 데 공을 세웠으나 결국 죽임을 당하는, 토사구팽의 말을 남긴 한신
왕 앞에서 굽힘없이 자기의 의견을 말하고 나라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돌보지 않은 원앙
귀신같은 의술을 펼쳤으나 이를 시기한 라이벌에게 살해된 편작
적과는 용감하게 싸우고 사졸들에게는 자애로와 적들이 벌벌 떨었으나 황제에게는 끝내 인정을 받지 못했던 이광(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듯)
그밖에 '자객열전', '혹리열전', '골계열전', '유협열전', '화식열전' 등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소개되어 있다. 변방의 이민족의 인물들도 빠짐없이 다루고, 정치가, 학자, 공직자, 무인은 물론, 협객, 자객, 부자, 점성가, 심지어 '왕의 남자'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대개의 경우 각 편 말미에 사마천이 간략하게 비평을 했다. 일종의 평전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인물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역사의 엄중함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자기의 소신과 철학을 인물들의 삶을 보여줌으써 주장하려 한 것 같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도 다루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사마천은 고루하지도 편협하지도 않으면서 합리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처음 책에 몰입했을 때는 나같은 소인배들은 사람들의 처세와 그 영욕에 관심을 갖게 된다. 실제 처세와 관련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인간이 참으로 이해관계에 밝은 동물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런데 그 이해관계에 밝은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뜻대로 살지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의 도모하는 것과 흥망이 무관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이해에 너무 밝아 일찍 죽은 사람도 있고, 너무 강직하여 일찍 국은 사람도 있다. 나라를 위해 많은 공을 세웠으나 역모로 몰려죽은 사람도 있다.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아 죽은 사람도 있다. 위에 언급된 인물 중 비명횡사하는 사람만도 오자서, 소진, 장의, 상앙, 백기, 한신, 원앙, 편작, 이광 등등... 불행하게 죽은 사람들만 기억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

인물들의 삶이 너무나 다양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와 영욕도 저마다 다르다. 삶의 태도와 영욕의 인과관계도 사무 다르다. 어떤 법칙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사마천이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처세에 관심을 덜 갖게 된다. 처세와 영욕에 초점을 두고 삶을 대하면, 자기 자신의 삶을 살기보다는 외부 환경에 휘둘리게 되는 것이다. 처세와 그에 따른 영욕보다는 자신이 어떤 가치를 갖고 살고자 하는가, 즉 그러한 의지와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부족하지만 이 정도로 맺을 수밖에...  

기회가 되면 <사기>의 다른 편도 봐야겠다. 사기는 총 130편으로 되어있는데, 나머지 60편은 제왕의 연대기인 본기(本紀) 12편, 제후왕을 중심으로 한 세가(世家) 30편, 역대 제도 문물의 연혁에 관한 서(書) 8편, 연표인 표(表) 10편으로 되어있다.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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