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렌스의 수집품 ㅣ 딱따구리 그림책 35
매튜 파리나 지음, 더그 살라티 그림, 황유진 옮김 / 다산기획 / 2023년 9월
평점 :
표지만 봐도 가을 냄새 물씬 나는 그림책을 보며 이 책의 그림들과 내용들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수집품이라는 단어에 끌렸다. 수집이라는 어휘가 약간 고전적이기도 하고 옛스럽게도 느껴진다. 점점 옛것들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래된 것, 변하지 않는 것, 늘 곁에 있는 것, 묵묵히 지켜주고 있는것, 편안한 것은 마음에 안정을 주고 위로가 되는 듯 하다.
로렌스의 가정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로렌스의 엄마, 아빠는 로렌스의 등교길을 환한 얼굴로 배웅하고 아빠는 로렌스의 학교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따뜻하면서도 듬직한 아빠다.
어느날 학교에서 선생님은 각자의 수집품을 가져와 친구들앞에서 발표하라는 과제를 제시한다.
각 동물친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여 수집한 물건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으시댄다.
(그림속의 동믈들의 몸짓과 표정이 너무도 생생하다.)
딱히 모아놓은 것이 없는 로렌스는 좀 걱정도 되고 위축도 된듯하다. 집에 가서는 엄마, 아빠앞에서 속상해한다.
아빠는 이런 로렌스에게 숲에 가보자고 한다.
아빠는 어쩜 이리 지혜롭고 자연친화적인 분이실까?
로렌스도 기꺼이 아빠의 손을 잡고 호기심을 가지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아빠한테 산 속에 수집품이 어디있겠냐며 부루퉁해하거나 짜증을 낼 법도 한데 로렌스에게 아빠는 평소에도 존중받고 신로로운 존재인가보다.
쉽게 수집품을 찾아내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던 로렌스는 드디어 비가 그친 나무의 인사를 게된다. 이때 잎들을 떨구는 여러 나무의 다양한 색깔과 모양과 크기의 잎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로렌스는 더이상 그 과제가 어렵거나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산에는 주엽나무, 자작나무, 오래된 플라타너스, 버드나무, 꽃사과나무의 잎들이 가득하니까.
그 아름답고 다양하고 고운 것들은 로렌스의 수집품이라 말하기에 충분하다.
내가 꼽는 명장면은 이 두 장면이다. 반 동물 친구들이 다양한 잎들을 보고 눈빛을 반짝이며 궁금해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잎들로 각자를 꾸며보거나 놀이를 즐긴다.
아, 친구들도 자연을 즐길 줄 아는구나.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리곤 마지막 장면, 모두들 바구니, 가방, 보따리 등을 챙겨 숲숙으로 들어간다. 완벽한 해피엔딩이어서 좋았고 나두 덩달아 맑은 숲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올해 서울의 단풍은 어찌된 일인지 빨갛게 물이 들지 않고 있다.
은행나무는 그런대로 황금빛을 보여주는데 붉어져야 할 단풍들이 더 이상 붉어지지 않고 그저 노르스름하게 들락말락하고 있다. 11월초에 이상 고온이 유지되더니 그 때문일까...설악산엘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로는 설악산도 그랬다고...
정말 지구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점점 단풍을 보기가 어려워지는 거라면 우리 후세들은 " 단풍이 뭐지~~??" 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정말 빨간 단풍잎들을 잘 수집해놔야하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