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써야 해. 특별한 관점을 보여줘야 해. 나만의 문체를 만들어야 해.'
첫 문장은 언제나 어렵고 글쓰기는 매번 처음처럼 막막하다. 백지 앞에서는 늘 어리숙한 초보이면서 작가인 냥 남다른 글을 써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곤 한다.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글쓰기를 강조했던 줄리아 캐머런의 《아티스트 웨이》를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이번 책 역시 큰 기대를 안고 펼쳤다.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을 짓누르던 글쓰기의 중압감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글쓰기는 적어내는 일이지 생각해내는 일이 아니다."
저자의 관점은 독창성에 대한 나의 오해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그녀는 창작이란 머리로 억지로 쥐어짜 내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반응을 귀 기울여 받아 적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가장 창의적인 것은 결국 가장 개인적인 것이기에, 개성은 억지로 꾸며내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방해물을 치워낼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법이다.
남들과 다르게 쓰려고 애쓰는 대신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나의 경험을 정직하게 따라가며 풀어보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책에서 배운 첫 번째 글쓰기다.
"글쓰기에서만큼은 다채롭고 풍요하며 기발한 뇌가 선로를 깔아주는 초고 작업을 맡고, 논리적인 뇌는 이차적인 교정 작업을 맡는다." - 43쪽
이제는 초고와 퇴고를 철저히 분리해 보려 한다. 그동안은 초고를 쓰면서도 방금 쓴 문장으로 되돌아가 수정을 거듭하곤 했는데, 생각의 흐름을 통제하지 않고 초고를 끝까지 써보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검열하지 않은 첫 감각과 감정들이야말로 나만의 진짜 문장이 탄생하는 입구다. 논리나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연상과 감정, 리듬을 따라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초고야말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글이 될 수 있다. 완성도는 그렇게 터져 나온 초고를 후에 시간을 들여 차분히 다듬어 채워도 충분하다.
"교회 예배당 뒷자리에서 앉아 쓰자 밖으로 나가 라일락 덤불 앞에서 쓰자. 욕조 안에서 쓰자. 카페에서 쓰자. 비행기에서 쓰자. 쓰고, 쓰고, 쓰고, 또 쓰자." - 169면
저자는 누구보다 행복하게 자주 글을 쓰는 작가다. 글을 한꺼번에 몰아 쓰기보다 하루에 세 차례씩 끼니를 챙기듯 즐기며 삶의 틈새에서 쓴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커피를 내리는 2분 동안 글을 쓰고, 설거지를 끝내고 10분을 더 쓰며 일상적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어쩐지 내가 그런 모습으로 글을 쓰는 모습이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논리보다 자기 자신과 생각의 흐름을 믿고, 억지로 만든 질서 대신 하나의 확실한 방향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써 나가는 글. 감정과 연상, 이미지와 확신이 하나의 물길처럼 같은 곳으로 흐르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글쓰기가 어떤 것인지를 배웠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 큰 행복이다. 항상 잘 쓰지도 못하고 잘 쓸 필요도 없지만 반드시 써야 한다. 글쓰기와 관계를 맺으며 드러나는 나는 나를 웃게 만드는 친구 앞에서의 나 같다." - 57면
글쓰기의 순수하고 온전한 기쁨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으며, 행복한 삶에 글쓰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글을 쓰면 쓰지 않을 때보다 더 편안하고 재미있다는 저자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해 가는 날들을 살아가고 싶다.
내가 쓰는 글이라면 무엇이든 먼저 사랑해 주는 내가 되자. 작가란 거창한 자격 조건이 아니라 지금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이름임을 기억하자.
다양한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며 즐거운 글쓰기로 가는 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이 책을 글을 시작하려는 모든 이들과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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