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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내려놓기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6년 2월
평점 :
"당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돌 하나가 있다면"
내 마음에도 돌이 있다. 그릇된 마음을 품고 있는 내가 나를 짓누른다. 무겁고 버겁지만 버려지지 않는 돌을 짊어지고 살다 보면, 죄책감이 올라올 때마다 내가 얼마나 나쁜 인간인지를 확인한다. 그 컴컴한 자리에서 나는 스스로를 처벌하며 고통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굳어간다.
"그들의 마음 저 깊은 곳에는
자신은 문제가 많은 나쁜 사람이기에
사랑을 못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 39면
이 책은 "특정 가치관이 우리를 단죄하기 때문에" 죄책감이 생긴다고 설명하며 기준이 된 가치관의 정당성을 되짚는다.
그것들은 대개 부모와 어른들, 종교와 사회에서 왔다. "고맙습니다! 해야지. 인사 안 하면 엄마 창피해." 부모들은 죄책감을 교육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몇 학년인데 아직 이것도 몰라?" 교사들 역시 죄책감으로 공부를 독려한다. 법, 광고나 매체, 문화 규범까지 온갖 규칙들이 우리 안에 넘쳐난다.
세상에 일조하는 사회 일원이 되려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실수하고 잘못한다. 그 행동은 수억만 가지 행동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옳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인간으로서의 '자기 가치'와 '정체성'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그걸 몰랐다. 행동과 정체성을 분리하지 못했다. 죄책감은 '나'라는 존재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수치심으로 변질됐고, 자기비난을 일삼는 열등감이 되었다. 이 일련의 과정을 직시하니 죄책감의 무용함을 분명히 깨닫는다.
죄책감을 가진 덕분에 현재의 문제를 외면했다. 마음껏 나를 미워하며 용서하지 않아도 됐다. 스스로 벌하니 잘못된 행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도덕적이고 선한 인간이라는 증거로 삼으며 자기 연민에도 빠질 수 있었다. 타인의 규칙을 따르면 되니 나만의 규범을 만들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 이 얼마나 아늑하게 정체된 삶인가.
저자는 "자기 대화"를 바꾸라 강조한다. 말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나 자신에게 들려준 말대로 내가 된다. 죄책감은 우리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자신과 나누는 부정적 대화의 결과이다. 상황을 잘못 평가하고 결론 내린 탓이다. 그러니 자신과의 대화를 새롭게 고쳐야 한다.
정말 어느 정도 죄책감을 내려놓은 것 같다.
객관적인 눈으로 죄책감의 부정적 파급력을 확인한 덕분이다. 자기연민으로 무턱대고 나를 두둔하는 대신 내 잘못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게 되자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은 곧 죄책감으로부터의 해방이며, 개선과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자, 무엇보다 자기 용서와 자기 사랑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깊이 박혀있는 수치심과 열등감, 생각의 오류들을 발견할 수 있어 기뻤다. 알게 되자 뽑아내고 싶었고, 책을 여러 번 읽으며 내 생각으로 바꿀 수 있었다.
돌은 여전히 곁에 있다. 다만 예전처럼 나를 짓누르진 않는다. 돌의 무게가 줄어서가 아니라 내 시선이 달라진 덕분이다. 죄책감이 치밀 때마다 묻는다. '이것은 진짜 내 목소리인가, 오래전 누군가가 심어놓은 목소리인가. 나를 나아가게 하는가, 제자리에 붙잡아 두는가' 이 질문만으로도 돌이 더 가벼워진 것 같다.
돌이 놓인 자리에도 햇빛이 비친다. 돌 곁에 용서와 사랑의 싹이 돋아난다. 이 봄에 참으로 어울리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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