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 - 100개의 물질로 읽는 생명과 우주, 인류의 미래 최소한의 지식 2
김성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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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우주와 생명, 인류 문명의 본질을 연결하는 핵심 틀이다. 이 책은 수소 원자에서 탄소나노튜브까지 100가지 물질을 통해 우주 탄생에서 미래 가능성까지 인류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냈다.


이 장대한 작업을 마주하니 경탄이 앞섰다. 저자가 서문에서 고백했듯, "나침반 없이 남극의 광활한 설원 위에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덕분에 세상을 화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간이 즐거웠다. 물론 목차에 등장하는 물질명이 무척이나 생소했지만 꼭지마다 한두 장의 분량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왜 화학일까? 화학은 물질의 구성과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공존하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는 과정을 연구한다. 화학 지식이 없으면 인류의 광막한 서사를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화학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태양과 공기와 풀벌레, 선사 시대와
제2차 세계대전과 우주개발까지
충분히 아우를 수 있는 화학의 넓은 오지랖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떠한 학문 분야와도 연계되고 소통할 수 있는
화학이야말로 진정한 '중심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 6면


화학은 물리학, 생물학, 지구과학, 사회과학을 연결하는 '중심 과학'으로 분절된 지식을 통합한다. 물리학은 원자 법칙을 생물학의 분자 반응으로 연결하고, 지구과학의 광물 순환을 사회과학의 자원 활용으로 통합한다.


수소 원소가 우주 형성(물리학)에서 물 분자(지구과학)를 거쳐 생명 에너지(생물학)와 산업 연료(사회과학)로 이어지는 흐름은 화학만이 설명할 수 있다. 화학이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었다. (^^;;)


게다가 AI 시대인 지금은 화학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해졌다. 물질의 변화는 문명을 추동하는 핵심 동인이다. 이는 미래 사회 설계와 AI 구현에 필수적인 통찰이다.


AI는 효율적인 물질 합성에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줄 수 있지만 실제로 실험실에서 반응을 확인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암모니아 사례처럼 AI가 식량 문제를 예측해도 화학 지식 없이는 비료를 생산하지 못한다. AI와 화학이 결합해야 혁신이 시작된다.



가장 안정적인 원자핵 니켈(Ni)이 지구상에 3.63% 정도라는 사실은 세상이 불안정한 변화의 파도를 타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구 내부의 외핵에서 액체 상태의 철과 니켈이 대류함으로써 자기장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구는 화성처럼 척박한 땅이었을 것이다.


탄소 원자가 생명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DNA와 단백질로 진화한 과정은 우연이 아닌 정교한 예술에 가까웠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인 그래파이트 층이 고체 상태에서 이온을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구조를 이해하면, 전기차 혁명이 기술보다는 물질의 '움직임 법칙'에 뿌리를 둔 미래임을 깨닫게 된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미시세계의 100가지 물질 속에서 세상은 각자 존재하는 것들의 집합이 아니었다. 세상은 그 구성부터가 서로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변하며 균형을 이루는 관계망이었다.


아주 작은 미시세계의 물질들이 모여 이토록 거대한 서사를 이룬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화학은 보이지 않는 원소의 움직임으로 눈에 보이는 세상을 구현하고, 물질의 변화 속에 숨겨진 해답을 찾아내는 신비한 학문이었다.


혜안은 현미경 너머에 있었다. 찰나의 결합과 분리가 반복되는 작은 틈 사이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문명이 흐른다. 물질이 서로를 허용하고 공존하기 위해 스스로를 바꾸듯, 인류의 생존 또한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가는 열린 태도에 달려 있다.


AI가 수많은 조합을 제시할지라도 그 안에서 가치를 선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본질을 통찰하는 인간의 몫이다. 화학 안에 그 놀라운 힘을 발견하게 한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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