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중용 - 2,400년간 내려온 잘 사는 삶의 이치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사 정성을 쏟겠다는 결심
감정과 인생의 균형을 지키겠다는 의지
목표를 위해 성실하게 나아가겠다는 용기"


오십이라는 나이는 참 묘하다. 인생의 전반전을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밀려날 준비를 해야 하고, 자식들은 품을 떠나며, 몸은 예전 같지 않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나'라는 존재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불안감이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마음은 더 공허할까. 최종엽의 《오십에 읽는 중용》은 삶의 후반전을 앞둔 이들에게 말한다. 이제는 속도가 아니라 '중심'을 잡아야 할 때라고.


우리는 중용(中庸)을 중도, 즉 이도 저도 아닌 회색 지대로 오해한다. 하지만 이 책이 풀어내는 중용의 본질은 치열한 균형 감각에 있다. 공자의 손자 자사가 정리한 중용의 핵심은 네 기둥에 있다.


중화(中和)는 감정이 치우치지 않게 적절히 다스리는 힘이다. 시중(時中)은 마땅히 그래야 할 '때'를 포착하는 지혜다. 적중(的中)은 삶의 목표를 정확히 조준하는 방향성이고, 집중(集中)은 흔들릴 때마다 다시 본래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힘이다.


이 네 글자가 ‘잘 사는 삶’을 결정짓는 조건이 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알며, 엉뚱한 곳에 힘을 쏟지 않고, 벗어났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것. 이것이 자사가 해석한 진짜 중용이다.


중용의 첫 문장,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은 중용을 이해하는 열쇠다. 하늘이 내린 명령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이다. 중용은 성실함이 우주의 작동 원리라고 말한다. 해가 뜨고 지는 것, 계절이 바뀌는 것에는 한 치의 거짓이나 게으름이 없다. 사람과 하늘의 본성은 같아서 천지자연이 성실함으로 번성하듯, 사람도 성실을 따라 정성을 다해 살 때 번성할 수 있다고 본다. 성실이 인간의 본성이기에, 인간이 위대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연의 성실함을 닮아가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하늘처럼 태어난 존재임을 강조하며 우연히 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하늘처럼 존엄하고 귀한 존재로서 '잘 살아가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말한다.
"나는 원래 잘 살도록 설계된 사람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잘 살도록, 더 멋진 사람이 되도록 이미 설계된 사람입니다."
자사의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 깊었다. 사실이면 당연히 좋겠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이렇게 자신을 믿고 사는 사람에게 손해란 없을 테니 말이다.


중용을 읽다 보니 인생 후반전에 접어들어 우리가 겪는 괴로움이 어디서 오는지 알 것 같았다. '남의 설계도'를 보고 살았던 탓이다. 남의 속도에 맞추고, 남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다 보니 정작 내 안에 심어진 하늘의 뜻, 천명을 잊어버린 것이다.


생의 전환점에 이르렀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더 이상 내 안에 욕구와 욕망을 찾을 것이 아니라 천명을 물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물을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골몰하는 것이다.


내 삶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더 큰 의미 안에서 존재한다는 깨달음으로 삶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묻고 또 그 기대에 응답하며 사는 것. 그것이 하늘이 내려준 삶에 대한 진정한 예의이며 그 안에 진정한 나로 사는 행복이 있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세 가지 선물을 손에 쥐게 된다.

첫째는 흔들리지 않는 고요함이다. 희로애락의 파도 속에서도 내 마음의 수평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둘째는 때를 아는 감각이다. 언제 말을 아껴야 할지, 언제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디뎌야 할지에 대한 직감, 곧 시중을 인식하게 된다. 셋째는 자기 긍정의 힘이다. 우리는 본래부터 존귀하게 설계된 존재임을 깨닫고,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되어 나만의 길을 걷게 된다.


평소 중용의 개념을 좋아한다 말하면서도 이제야 중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웠다. 중용은 평생을 지속해야 하기에 실천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만큼 커다란 가치가 있는 사상이었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균형의 기술'이며 '작은 내 마음 하나를 지킴으로써 결국 세상을 밝히는 길'이었다.


인생의 전반전을 세상의 요구에 응답하는 시간으로 보냈다면, 이 책과 함께 후반전을 '가장 나다운 성실함'으로 채워가자. 그것이 오십이라는 나이가 우리에게 주는 보석 같은 기회이며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른다.



#도서지원 #오십에읽는중용 #최종엽 #잘사는삶의이치 #유노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