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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질서 - 의도를 벗어난 모든 현상에 관한 우주적 대답
뤼디거 달케 지음, 송소민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2월
평점 :
#서평단
뤼디거 달케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읽으면서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카르마, 공명 같은 낯선 용어들이 예수님을 믿는 크리스천인 나의 시선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영적인 주제를 다루는 책인지 모르고 선택했다.
《보이지 않는 질서》는 20년 임상 경험(의사, 심리치료사)과 철학, 종교, 역사 사례를 종합한 저자의 개인 연구 결과다. 고대 철학이나 융 심리학 같은 전통을 바탕으로 하지만 '대립, 공명, 의식 위계' 같은 법칙은 저자의 요하네스 교회 의학센터 경험에서 도출된 독창적 통찰이다.
뉴에이지 사상을 경계하고 있기에 그러한 경향이 책에서 등장할까 봐 평소와 다르게 접근했다. 90% 이상 저자의 말을 받아들이며 독서하는 편인데 이번만은 '비판적 분별'이라는 기준을 세워놓고 한 발짝 떨어져 읽었다. 전면적인 수용도, 무조건적인 거부도 아닌 성경이라는 렌즈를 통해 삶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재해석하는 과정으로 읽으려 노력했다.
책이 밝히는 핵심은 명확하다. 삶은 무작위적인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불운이나 우연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만, 저자는 삶의 모든 조각에 '의미'라는 숨겨진 코드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로마서의 말씀과 닮아 있다.
하나님이 우리 삶이라는 캔버스에 붓질을 하실 때, 단 한 방울의 물감도 허투루 쓰지 않으신다는 섭리가 이 책의 통찰과 맞닿아 있다. 삶을 '우연의 산물'이 아닌 '의미를 지닌 여정'으로 바라보는 순간, 고난은 더 이상 재앙이 아니라 나를 빚어가는 정교한 도구가 된다.
특히 흥미로웠던 대목은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식의 공명의 법칙 위에 '모든 것에 양면이 존재한다'는 대립의 법칙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꼭짓점에 ‘단일성’이 존재한다는 위계였다.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종종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빛만을 갈구하며 그림자를 부정한다면 상위 법칙인 대립의 법칙은 반드시 그 이면을 나타내 보인다. 그림자는 억누를수록 커진다. 그림자를 외면한 채 긍정 확언만을 반복하는 것은 기초 공사 없이 성벽을 쌓는 일과 같다.
진정한 변화는 삶의 빛과 어둠, 성공과 실패라는 양면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포용하는 '단일성'의 단계로 나아갈 때 시작된다. 역사적으로 이 질서를 거스르고 지속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다.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것은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의 위계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질서를 받아들일 때 운명은 우리를 구속하는 족쇄가 아니라 원하는 미래를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조심스러웠던 오늘의 독서는 진리 안에서 세상을 해석해 내는 훈련 같았다. 진실과 거짓, 진리와 헛됨이 교묘하게 뒤엉킨 세상을 지혜롭게 분별하려면 헤매는 경험도 필요하다. 빛이 어둠 속에 비칠 때 빛과 어둠이 명확하게 구분되듯, 진리라는 반석 위에서 거짓과 허상을 경험할 때 그 경계를 인식하는 안목이 생긴다.
하지만 오만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구별할 수 없다. 함부로 덤볐다가는 넘어질 수 있다. 진실을 알기 위해 거짓에 부러 빠질 필요는 없다. 성경과 다른 관점의 책들은 참고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삶을 해석하는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리를 대신할 기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임상과 통찰로 길어 올린 '보이지 않는 질서'는 분명 매혹적이지만, 그것은 창조주가 설계한 진리의 조각을 인간의 언어로 옮겨놓은 참고서 같았다. 그림자를 포용하고 단일성을 지향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성경 안에서 '자기 부인'과 '그리스도 안에서의 연합'으로 재해석될 때 온전한 생명력을 얻는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호기심은 우리를 교만이나 혼란으로 이끌 수 있지만, 성경의 렌즈를 통과하면 세상을 분별하는 지혜가 된다.
나의 삶은 하나님이 써 내려가시는 거대한 서사시 안에 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통찰을 지혜롭게 선별하되, 내 삶의 중심은 언제나 변치 않는 말씀 위에 두려 한다.
진리라는 등불을 들고 세상을 읽어낼 때, 우리는 거짓에 휘둘리지 않고 섭리라는 하나님의 선한 뜻을 기쁘게 따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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