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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매일 철학이 필요하다 - 니체, 노자, 데카르트의 생각법이 오늘 내 고민에 답이 되는 순간
피터 홀린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부키 / 2025년 12월
평점 :
하늘 위를 걷던 철학이
마침내 땅으로 내려와 하는 이야기"
'지금 내 발등에 떨어진 불'에 관해
철학이 건네는 간명한 대답들!
집을 사야 할까 말까, 대출 계약서 앞에서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순간이 있다. 이직을 할까, 사업을 벌여볼까, 몇 년째 같은 자리에서 맴돌기만 하는 자신을 볼 때도 있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삶의 궤적은 이렇듯 불협화음일까. SNS 속 사람들은 다들 경쾌하게 나아가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여전히 벽에 손바닥을 짚고 멈춰 서 있을까.
느릿느릿 꽉 막힌 퇴근길에, 잠이 달아난 고요한 새벽 어스름에, 점심을 먹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 찰나에, 삶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질문을 던진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끔은 "힘내" 같은 흔한 말이 아니라 "생각의 구조", 즉 방향을 바로 세워줄 사고의 틀이다.
피터 홀린스의 《우리에게는 매일 철학이 필요하다》는 바로 그 사고 모델을 정리했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지만,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목차부터 흥미롭다.
"집을 살지 말지 고민될 때 데카르트처럼 의심하기. 노력하는 것도 지칠 때 노자처럼 무위를 따르기. 결혼이 망설여질 때 키르케고르처럼 믿음의 도약하기"
데카르트가 부동산 대출 창구에 앉아 있고, 노자가 회사 야근 책상 앞에서 팔짱 끼고 있으며, 키르케고르가 결혼정보회사 사이트를 열어놓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일부러 선택하라고 속삭인다. 철학이 이렇게나 일상에 가까이 닿을 수 있는 것이다니.
저자는 2500년의 철학사를 먼지 쌓인 전시장에서 끌어내린 뒤 우리의 눈앞에 올려놓는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플라톤이, 점심시간의 무기력한 우리 옆에서 칸트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철학이란 원래 ‘그렇게’ 쓰라고 있는 것이었다는 것을.
그중 ‘비아 네가티바(Via Negativa)’라는 개념에 한참을 머물렀다. 더하는 게 아니라 빼면서 본질로 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기이할 만큼 더하기에 집착한다. 더 공부하고, 더 준비하고, 더 많은 습관을 갖추라는 자기계발의 돌림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바쁘다. 그러나 입증이 아니라 반증이 필요할 때가 있다.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만든 비결로 "다비드가 아닌 것은 모두 없애버렸지요"라고 답한 것처럼,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째가 "해를 끼치지 말 것"인 것처럼 확실히 아닌 것들을 하나씩 빼가다 보면 본질에 가까워진다.
인생의 무게는 종종 더하기가 아니라 덜어내기의 문제다. 찰리 멍거의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는 건 똑똑해지려는 노력이 아니라, 멍청해지지 않으려는 노력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의 이 문장은 삶 전체를 관통한다.
돌아보면 나도 늘 ‘더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 더 좋은 책, 더 유용한 강의, 더 효율적인 루틴. 그러나 정작 삶을 갉아먹는 건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는 '잠시'의 몇 시간과 유튜브 ‘한 편만’의 반복이었다. 멍청한 선택만 줄여도 삶은 훨씬 선명해진다. 이런 단순한 진실은 언제나 참으로 명쾌하다.
이렇듯 이 책은 다양한 철학의 지도들을 차곡차곡 꺼내어 독자의 손에 쥐여준다. 문제는 하나지만 관점은 여럿이고, 관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출구가 보인다. 인생의 무수한 갈림길 앞에서 "그때그때 적절히 생각의 모드를 전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멋진 책이었다.
다양한 사고 도구와 지도가 들어 있는 보물 상자 같은 책이다. 철학을 철학으로 어렵게 포장하지 않았다. 난해한 개념으로 독자의 문해력을 시험하지도 않았다. 대신 당장에 현실로 펼쳐진 문제에 될 사용법을 보여준다.
어떤 날은 비아 네가티바로 나를 덜어내고, 어떤 날은 니체처럼 '아모르 파티'를 외치며, 다른 날은 내가 아는 세계만이 정답인 것 같을 때 플라톤처럼 동굴에서 나와보게 한다. 본질에 닿는 방식이 하나일 리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랬다. 철학은 원래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지혜가 출렁이는 세계였다. 삶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 때, 방향을 잡지 못할 때 이 책이 떠오르기를. 하늘 위를 걷던 철학이 내 옆에 내려와 나직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다시 귀 기울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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