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킹의 8개 국어 - 서른 넘어 시작해 인생 레벨 업
와인킹(이재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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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학습서는 효율적인 방법론이나 암기법을 피력한다. 그런데 이재형의 《와인킹의 8개 국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메시지는 학습법보다 모든 것의 근간인 '절실함'의 중요성이었다.


저자는 외국어의 학습 핵심으로 '해당 언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것을 꼽는다. 필요성이 마음속에 완벽히 각인됐다면, 이 책을 갖다 버려도 된다고까지 말한다. 설사 비효율적인 방법을 채택한다 해도 결국은 외국어를 배우게 될 거라며 그 절실함이 학습을 지속하게 만들고, 목표에 도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7개 국어를 구사하던 때에 일본에서 2년을 살았지만 일본어를 못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어를 잘해야 할 이유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필요성을 더 잘 느낄 있도록 스스로를 몰아가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치밀한 전략가의 적극적인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첫째, 소중한 일본 친구와의 관계를 절실함의 근거로 삼았다. 공부가 싫어질 때마다 "네가 일본어를 더 잘 배우지 않으면 결국은 고토 상을 잃게 될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모습은, 극단적일지라도 목표를 향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기발한 동기부여였다.

둘째, 유튜브 채널에 일본어를 꽤 잘하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영상마다 남겨 '못 하면 창피한 일'이 되도록 후퇴할 수 있는 퇴로를 차단했다. 공적인 선언을 통해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압박 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셋째, 일본 와인 시장에 뛰어드는 꿈을 심어 학습의 결과가 단순한 성취를 넘어 '인생의 목표'가 되도록 안정장치를 추가했다.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지만, 자신의 외국어 수준을 높이기자 위험한 덫을 놓고 달콤한 미끼를 설치하며 삶의 설계자로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행동력에 감탄했다.


저자의 친구들은 쉰이 된 저자에게 혀를 차며 이렇게 말한다.
"네 나이가 몇인데, 이제는 현실을 좀 받아들여."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제 현실은 제가 만들어갑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이유는
제가 오늘을 새롭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 169면


이 한 마디에 저자의 관점이 응축되었다. 그는 운명이나 환경을 핑계 삼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했다. 내 현실은 내가 만든다는 개척 정신,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며 시도조차 안 하면 그 일은 실현되지 않는다는 실천하기 어려운 진리를 저자는 자신의 인생으로 보여주었다.


믿고 노력해도 이루기 힘든 것이 꿈과 목표인데, 믿지도 않고 노력하지도 않으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잘될 리가 없다는 논리는 자기신뢰도가 낮은 나를 자기긍정으로 설득했다. 저자의 이러한 태도는 외국어 하나 더 잘하게 되면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길 거라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솔직히 얘기해서 외국어를 하나 더 잘하게 되면
좋은 일이 더 많인 생길 거 아니에요?
잘할 줄 아는 외국어가 늘었는데
그것 때문에 사업이 실패하고 친구가 줄어들고
회사에서 진급을 못 하게 될 일은 없지 않겠어요?"
- 171면



《와인킹의 8개 국어》는 8개 국어를 할 수 있게 된 사람의 학습 노하우를 담은 책이 아니다. '안 해도 될 일이지만 굳이 굳이 해보는' 용기를 통해 스스로 내 삶을 만들어가는 한 사람의 치열한 기록이자 철학서 같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절실함'을 인위적으로 세팅하고, 스스로에게 덫과 미끼를 설치해 퇴로를 차단하며, 그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는 단단한 믿음을 가진 저자의 태도가 너무나 멋지고 부러웠다.


처음 책을 받고서 한참을 홀린듯 표지에서 시선을 강탈한 저자와 눈싸움을 했다. 세계 1위 와인 유튜버, 와인킹답게 킹받는 표정과 포즈를 취한 저자 이재형. 밖에서 책을 읽다가 자리를 비울 때는 그가 드러나지 않게 엎어놓아야 했다. (ㅎㅎ)


궁금해서 그의 유튜브를 방문했다. 도발적이고 오만함마저 느껴지는 독특한 개성은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된다. 허세가 아닌 전략적 브랜딩이자 자기 확신이라는 걸. 그는 자기만의 색을 알고, 길을 찾아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 모든 이미지들은 시청자와 독자를 묘하고도 강하게 설득시키고 동기를 자극하는 전략 같았다. 이 킹 받는 표정은 스스로에게 덫과 미끼를 설치해 절실함을 극대화하는 그의 학습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건 아닐까.


이렇게 도전적인 태도와 치밀한 전략 덕분에 그는 서른 넘어서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현재 8개 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그중 6개 언어로는 심도 깊은 주제로 토론까지 가능하다. 언어는 지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실전 ‘습득’의 과정이라 말한다. 아침마다 언어로 글을 읽고, 직접 녹음해서 자기 목소리를 들어보며 발음이나 표현을 점검하는 실전 중심의 훈련법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언어를 배우는 일이 '세상에 거미줄을 치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할 수 있는 언어가 많아질수록 삶의 무대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외국어 학습의 절실함을 얻는 것을 넘어, 목표를 향해 자신을 몰아가고 삶의 주인이 되는 용기 있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스스로를 벼랑 끝에 세울 줄 아는 용기 있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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