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해방 - 가짜 허기에 중독된 두뇌를 리셋하다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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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체중이 늘어날까?
체중을 줄이기가 왜 그렇게 어려울까?
설령 체중을 줄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왜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질까?"
-10면


저자인 데이비드 A. 케슬러,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명확히 지적한다. 뇌가 초조제식품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라고.


초조제(ultraformulated)식품이란?
지방, 설탕, 소금의 강력한 조합으로
아주 맛있고 에너지 밀도와 혈당 지수가 높아 거부하기 힘든 식품이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뇌의 보상 시스템을 조작하기 위해 설계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 의도적이다.
거대 담배 회사가 조용하고 교활하게 니코틴 중독으로 사람들을 질병과 죽음의 주요 원인이 되는 습관에 빠뜨렸듯, 오늘날 식품 기업들도 동일한 전략과 중독 메커니즘으로 초조제식품을 퍼뜨리고 있다.


저자는 이 시대의 새로운 담배가 바로 초조제식품이라고 단언한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접근성을 무기로, 더 많이 더 자주 먹도록 교묘하게 설계된 식품의 정체를 드러낸다. 비만과 과체중 문제의 본질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중독을 유발하는 사회적 환경에 있었다.


"이 식품들은 조용히 우리의 뇌보상 중추를 장악했다.
간단히 말해, 이 식품들은 중독성이 있다.
우리 뇌에 지속적인 손상을 가하면서
중독 회로를 자극해
체중을 조절하는 신경 호르몬을 변화시킨다."
- 11면


초조제식품은 맛, 식감, 빠른 흡수 등으로 자연식품보다 훨씬 강하게 도파민을 분비시켜 중독처럼 작동한다. 초조제식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자기 통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전두엽 피질이 둔화돼 포만감을 느끼는 능력을 잃어 더 쉽게 중독 행동으로 이어진다.


도파민은 음식을 먹는 즐거움 자체보다 먹기 전에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라는 기대를 강화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몇 번의 클릭으로 신속정확하게 배달되는 음식에 둘러싸여 “먹는 게 행복”이라는 잘못된 패턴을 뇌가 학습해버린 것 같다. 그러면 기대감에 중독돼 배가 안 고파도 먹는다. 잠깐의 쾌감을 충족시키는 음식 중독으로 우리는 진짜 행복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비만 해방》은 다이어트 매뉴얼로만 읽을 책이 아니다. 거대한 사회 구조 속에서 형성된 식품 산업의 그림자와 교육적 책임을 깨닫게 했다.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였다. 건강은 습관의 문제라기보다 환경의 문제도 컸다.


이 책이 꼽는 비만 해방의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중독적 식품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뇌의 도파민 회로와 행동을 재설계하는 선택과 환경 통제였다. 중독 메커니즘을 끊으려면 식단뿐 아니라 일상의 환경과 습관, 사고방식 전체를 바꾸는 종합적 행동 변화가 필수였다. 너무 어렵다고? 그만큼 인생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문제다!


"음식은 적이 아니다
자연식품(채소, 고기, 유제품을 포함해 어떤 것이건)은 일반적으로 뇌의 중독 회로를 강하게 자극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초조제 식품인데,
이것은 사실상 매우 복잡한 종류의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약물이 그렇듯이, 흡수 속도는 약물의 효능과 상관관계가 있다.
많은 자연식품은 영양소의 빠른 흡수와 에너지 추출에 저항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통감자나 두툼한 쇠고기 덩어리, 버터 조각을 크게 갈망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식품은 강렬한 보상 반응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보상시스템을 자극하지 않는다."
-268면


초조제식품의 진짜 문제는 ‘맛’이 아니라 약물처럼 뇌를 조작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말처럼 음식은 적이 아니다. 우리의 '적'은 음식을 조작해 중독 회로를 강화하는 구조다. 이 책은 부모로서, 점점 더 편리해지는 시대를 사는 현대인으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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