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허가윤 지음 / 부크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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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이자 배우인 허가윤에서
발리에서 Gaga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두 번째 인생의 주인공 허가윤이
에세이 작가로 나타났다.


포미닛의 메인보컬로 데뷔한 허가윤은 7년을 포미닛으로 쉬는 날도 없이 치열하게 달리며 꿈같았던 시간을 지나 보낸다. 그리고 그녀에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삶을 바꾸는 계기가 다가왔다.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폭식증, 불면증...
무기력에 빠져 있던 어느 날, 포미닛 멤버 지윤의 제안에 발리로 6일간 여행을 가게 된다. 발리는 그녀에게 전에 없던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주었고 그렇게 두 달 살기를 위해 다시 발리로 떠난다.


"두 달 살기를 끝내고, 나는 확신이 들었다.
나의 행복은 발리에 있다고.
발리에서 새롭게 잘 살아 보고 싶다고 말이다.
오래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발리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 58면


지금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터를 잡고 매일을 현재와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놓아두고, 그저 오늘과 내일이, 자신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하며 행복하게 말이다.


스스로 삶의 전환점이 되는 선택을 한 사람이라니, 저자는 나와 전혀 다른 유형의 인간일 줄 알았다.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실행력 만랩으로 인생을 사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사람 말이다. 하지만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를 통해 본 그녀의 모습은 의외였다.


무엇이든 혼자서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혼자 국내 여행도, 혼밥도, 혼자 카페에 가본 적도 없었다. 배우 오디션에서 가수로서의 이미지보다 조용한 성격이란 말을 들으며 그 간극 사이에서 괴로워하기도 했다. 남에게는 관대하면서 자신에게만 엄격해 스스로를 옥죄었다. 그런 그녀에게서 내 모습도 조금씩 비쳐 보였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가족의 상실은 내일이 당연히 있을 거라는 믿음을 무너뜨려 오늘의 행복을 미루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만들고, 그것이 불씨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세상과 자신 사이에 선을 긋고 거리를 둔 건 그녀의 선택이었다.


성공한 가수로서의 성과와 타인의 기대라는 사회적 시선을 걷어내고 '허가윤' 자체로 존재하기 위해 다른 무대를 찾아 나선 건 자신을 향한 사랑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감수할 각오를 하고 불행한 확실성보다 불확실한 가능성을 택한 것은 자신을 믿는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도 그녀처럼 나만의 발리를 찾고 싶다. 내가 아는 내가 아닌 것처럼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곳. 역할이 아닌 존재로, 성과가 아닌 일상의 내 모습 그대로를 봐주는 곳. 부족함이 결격 사유가 아니라 나만의 색깔이 되는 곳.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새로운 인생으로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오늘 하루를 기대하게 하는 곳.


하지만 다시 보니 그녀가 찾은 건 단지 발리라는 장소가 아니라 존재 방식이 바뀌는 환경이었다. 세상을 보는 다른 시선이 있고, 나의 취향과 감각을 알아보는 관계가 있으며, 켜켜이 쌓아온 나만의 리듬과 태도가 살아나는 곳이었다.


저자처럼 모든 것을 두고 머나먼 곳으로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곳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발리에서 보낸 시간과 경험들 덕분에 틀에 박힌 관념들이 많이 흔들렸다.


작은 용기를 낸다면 그녀처럼 행복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증명해준 이 책이 좋다. 인생엔 당연한 것이 없다는 걸, 새로운 변화는 언제 어디서든 찾아올 수 있고, 때로는 당장 내일 나 자신이 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조금 더 믿게 됐다.


"국화처럼 살아라.
씨가 바람에 날려 여기서 피고 저기서 피는 국화처럼.
어디에서 어떤 색으로 필지 모르는
생명력 강하고 향기로운 국화처럼 살아라."
그녀가 가슴 깊이 간직한 어떤 스님의 말씀처럼
이 책과,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신만의 발리에서
가장 나다워지는 행복을 누리며 꽃 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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