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와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유희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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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다.
끌리기를 사로잡히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장소를 바꿔가며 시간을 옮겨가며
책상 앞에서 거리에서 기다린다.

나는 기다림을 쓴다.
기다리는 대상을 쓰고
기다림을 쓰고
기다림의 앞과 뒤를 쓴다.
내가 쓰는 텍스트 -
이야기는 실은 이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 작가의 말



나도 기다렸던 사람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선택 당하길 바라는 사람.


누군가가, 무언가가 먼저 다가오길
참 길게도 기다렸다.
그랬더니 작아졌다.


기다림과 멀어져야 했다.
한 걸음 더 내딛는 게 옳아 보였다.
주체적인 인간으로 강해지고 싶어
나를 몰아붙였다.



그런데 유희경 시인이 그린
기다리는 사람의 뒷모습은
곱고 강인하다.
부러울 정도로.


어두운 밤에도 빛나고
움직이지 않아도 생명력 있어
비어 있는데도 충만하다.



이제 다시 기다리고 싶다.
내 안에 여전히 남아있던 기다림 때문일까.
기다림이 자아낸 텍스트, 《천천히 와》 때문일까.



시인의 기다림은 삶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 같다.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알고,
그것을 끝까지 기다릴 줄 아는 믿음.

그렇게 세상과 자신을 조율하는 시인의 자세가
급변하는 이 시대에 더더욱 가치 있어 보인다.



기다림은 언젠가는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이다.
시집만 파는 작은 서점에서, 버스 창밖을 바라보며,
그는 기다림을 문학의 호흡으로 사유한다.



기다림은 문을 두드리는 일과도 닮았다.
무엇이든 문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시인은 누군가의 삶 속에
문 하나를 열어줄 준비가 된 사람 같았다.



샛길 없이 익숙한 길만 다니던 생각에서 벗어나
시인의 머리와 가슴속에서 마음껏 놀다 온 기분이다.
색다른 관점과 시선, 감각과 표현에 물들어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낯선 느낌이 좋다.



계속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 숨이 차는 사람,
조급함에서 벗어나 삶의 속도를 스스로 조율하고 싶은 사람,
기다릴 줄 아는 근육을 단련하고 싶은 사람,
천천히 느긋하게 생각을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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