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심리학 - 복잡한 내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마음의 법칙
장근영 지음 / 빅피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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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바다를 잘 아는 분들은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람 마음을 알기 어렵다는 데에는 모든 이가 동의할 것이다. 이 책 《위로하는 심리학》은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대표 심리학자들의 마음의 법칙을 소개한다.


"마음의 법칙을 아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선다.
마치 마음을 읽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 프롤로그


우리는 평생 나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수많은 마음들을 끊임없이 경험한다. 마음은 물속처럼 변화무쌍하고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다행히 마음에도 세상의 원칙이 흐르고 있어 언어를 배우듯 공부할 수 있다. 풀리지 않던 감정의 매듭을 이해하고, 이유 없는 불안감과 우울감의 근원을 발견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반복되는 어려움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알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면 대응할 수 있다."
프로이트, 융, 아들러 등 심리학의 대가 25인의 핵심 이론을 바탕으로 알쏭달쏭한 마음을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생소한 심리학 용어들이 어렵긴 했지만 찬찬히 읽고 나면 확실히 달라진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탄탄한 논리가 붙어 생각과 감정이 다시 해석되는 변화가 생긴다.


"왜 열심히 사는데 힘들기만 할까?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 왜 지금 해야 할 일을 또 미룰까? 왜 저 사람이 싫을까?" 현실적인 질문을 앞세우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론이 다리로 기능하기 때문에, 심리학이 학문보다는 믿을 만한 해설서로 작용해서 좋았다. 지적 허세와 실용적 팁을 모두 얻으니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씨실과 날실"에 대해 생각했다.
얼마 전, <여덟 단어>로 널리 알려진 박웅현 작가님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생은 씨실과 날실의 직조다." 외부 환경, 사회적 요구 같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씨실과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라는 날실이 얽혀 우리 인생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의 작용만으론 살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시대의 물살을 타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삶의 지혜였다.


특히 레빈의 장 이론이 그 말씀과 꼭 맞아떨어져 좋았다. "행동은 사람과 환경의 함수다." 사람의 개인적 특성과 그를 둘러싼 환경을 알면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위상심리학" 이론이다.


레빈은 환경을 밀고 당기는 힘의 크기를 환산해 방정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성을 지닌 쇠 구슬이고, 인간 주변에는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자석들이 널려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N극과 S극을 가지고 있고, 주변의 자기장이 나를 어떤 방향으로 밀어내거나 당기고 있다는 것. 그러니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주변의 자기장을 그에 맞게 배열해야 한다는 것. 어떻게 배열해야 하는지 방법들은 책 전체에서 심리학 대가들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방어기제에 대한 이론도 재미있었다. 방어기제의 핵심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자아가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진짜 욕망을 숨기거나 바꾸는 자동 반응이다. 겉과 속이 다를수록 강하게 작동하는 방어기제는 변명하고 회피하고 합리화하며 마음을 보호하는 수단이 된다.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게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져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방어기제는 나를 ‘지켜주는 기술’이지만, 지나치면 날실을 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방어기제로 깊이 숨긴 내 모습을 타인을 통해 맞닥뜨리니 감정이 튀고 분노가 솟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럴수록 날실은 꼬이고 굳어진다. 심리학은 날실을 들여다보는 돋보기가 되어 나를 들여다보게 하고 얼마나 건강하게 직조되고 있는지, 인생이라는 직물의 탄탄함과 무늬를 나 자신이 더 관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이 전하는 심리학의 법칙들은 그 씨실과 날실의 작동 방식을 현미경과 망원경으로, 넓고도 세세히 다각도로 정리한 비법서 같았다. 결국 인생은 주어진 씨실 위에 내가 어떤 날실을 어떻게 엮느냐의 선택인 것 같다. 그 사이를 잇는 방어기제는 때로는 보호막이지만, 때로는 마음을 잘못 번역하는 오역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인생이라는 직물에 나만의 색과 무늬를 입힐 수 있다.

《위로하는 심리학》은 마음의 풍랑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심리라는 유용한 언어와 마음의 구조, 내적 움직임의 원리를 선명하게 알려준다. 모양 없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있는 줄도 몰랐던 날실에 숨을 불어넣는 경험이었다.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내 마음을 어떻게 짜고 있었지? 그 옷감은 내 인생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을까, 아니면 나조차 옭아매고 있었을까?' 이 질문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자아 발견의 강력한 실용서이자 사유의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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